공유하기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씨가 밝힌 ‘500억원가량’은 검찰수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구문(舊聞)이다.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라 ‘고백’의 밀도가 약해 보이고 국민에게 주는 감동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10월 말 SK비자금 사건이 터져 사과했을 때 다른 기업의 경우까지 미리 파악해 밝혔더라면 같은 사안으로 두 번씩이나 사과해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씨는 97년 대선 때도 국세청을 동원해 불법 대선자금을 조달한 ‘세풍’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렇다면 작년 대선 때는 측근들이 두 번 다시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단속해야 했다. ‘세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 오늘의 비극을 부른 게 아닌가.
이제 이씨가 할 일은 분명하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며 주변 인물에 대한 관용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검찰수사에 협조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두 번의 대선에서 ‘1000만표’를 받은 다수당 총재이자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국가원로’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한나라당도 이씨의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검찰의 소환 요구를 받고도 잠적 중인 당직자들을 출두시키고 당 차원에서 밝힐 것이 있으면 밝혀야 한다. 모든 책임을 이씨측에 떠넘기려는 듯한 자세를 보여선 안 된다. 이씨의 사과는 정경유착의 고질적 관행을 청산하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사과의 의미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