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나라 계좌 대선잔여금 입금 확인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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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나라당 재정위원회 공식 계좌 7, 8개에 대선 후 10억원 미만의 돈이 입금된 사실을 밝혀낸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우선 이번에 검찰이 찾아낸 돈은 한나라당의 대선 잔여금일 가능성이 높다. 또 당 관계자가 기업에서 조성된 비자금을 받아 선거자금 또는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그중 일부를 대선 후 당에 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계좌 추적 결과 대선 후 한나라당 공식 계좌에 들어온 돈은 기업에서 조성된 비자금으로 대선 전에 음성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여 자금 제공자와 수령자 모두 형사처벌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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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문제의 비자금에 대해 “대선 기간 중 공식 후원금 한도가 넘어 후원금으로 처리되지 않고 (기업 및 당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돈”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기업에서 세탁된 수표를 추적하다가 이 같은 단서를 포착하고 한나라당 공식 계좌에 입금되기 전 문제의 비자금을 누가 관리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또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대선 전에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기업 비자금을 음성적으로 전달받았다는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선 후 당 공식 계좌에 입금된 문제의 돈은 대선 이전에 전달된 기업의 비자금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수사팀은 보고 있다.

검찰이 찾아낸 한나라당 관계자의 차명계좌가 이번 수사의 최대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미 차명계좌 관리인을 내사한 결과 당 핵심 관계자가 자금의 일부를 유용한 단서를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음주 소환되는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최돈웅(崔燉雄) 의원도 대선자금 모금과 집행에 관여했기 때문에 기업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검찰이 당 계좌 추적을 통해 기업 비자금을 찾아낼 경우 ‘대선 당시 회사 비자금을 전달하지 않았다’며 버티고 있는 대기업들이 여야 각 당에 전달한 비자금의 실체도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SK와 비슷한 방식으로 한나라당에 현금을 전달했거나 당 공식 계좌에 입금되기 전 여러 단계의 세탁을 거쳤을 경우 수사가 의외로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게 수사팀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수사관계자는 “대선자금의 전모가 생각만큼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수사가 이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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