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차명계좌 포착]불법대선자금 '저수지' 드러날까

  • 입력 2003년 11월 21일 0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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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일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기업에서 받은 선거자금을 수십개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해 관리한 사실을 포착함에 따라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이 발견한 문제의 차명계좌들은 양당의 공식 후원금 내용과 함께 자금의 출처를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 뿐만 아니라 대선자금을 유용한 정치인들을 처벌할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검찰은 차명계좌에 대한 추적작업을 통해 여야 의원 4, 5명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유용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져 이들 차명계좌는 앞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자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은 대선 당시 수십개 기업에서 정치권으로 대선자금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핵심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양당의 공식 후원금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식 후원금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대선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10대 기업의 자금을 추적한 결과 문제의 차명계좌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입금된 돈은 복잡한 세탁 과정을 거쳤지만 사용처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며 계좌추적 결과에 따라서는 대선자금을 유용한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양당이 각각 관리한 차명계좌 수십개에 유입된 돈을 집중 추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이 최근 대기업 임원과 총수 등을 집중 소환하고 있는 것은 이 차명계좌 추적 결과 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할 수 있는 단서가 잡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일 총수가 처음으로 소환된 금호그룹과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장이 소환된 한진, 이 밖에 10대 기업 가운데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서 나온 돈이 문제의 차명계좌에 일부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야 정당들이 받은 합법적인 후원금은 당 후원회 계좌로 전액 입금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차명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은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대선자금으로 전달한 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차명계좌에 대한 추적 결과에 따라서는 검찰이 여야의 불법 대선자금이 모여 있는 ‘거대한 저수지’를 발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 검찰이 확보한 차명계좌들은 계좌당 액수가 50억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입금된 돈이 복잡한 자금 세탁을 거친 것으로 보여져 불법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적 작업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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