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진중공업 조업재개…"파업 앙금 씻자"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42분


코멘트
노사협상 타결로 조업이 재개된지 이틀째인 18일 오전 7시 반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정문 앞.

7월 22일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4개월 가까이 스산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통근버스와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2600여명의 외주업체 직원들이 몰려들어 활기를 되찾았다.

왕래가 끊겼던 납품업체의 트럭들도 간간이 정문을 통과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은 크레인에서 자살한 김주익 노조위원장의 삼우제가 열리기 때문에 조합원 1300여명 중 상당수는 장지인 솥발산 공원묘지로 떠났거나 출근하지 않았지만 작업현장은 파업 이전 상태로 급속히 회복하고 있었다.

지게차와 트럭이 분주히 움직이며 작업장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철구조물과 파이프 등을 실어 날랐고 컴퓨터와 책상 등 집기류가 부서진 현장사무실도 복구되기 시작했다.

농성장 주변을 가득 메웠던 수 십여개의 천막과 플래카드도 치워졌고, 100여장의 유리가 깨지고 페인트로 얼룩져 흉물스러웠던 본관 건물의 정리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멈춰 섰던 대형 크레인들도 일제히 움직이며 선박 제작에 들어가는 대형 구조물을 옮기고 있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자살한 85호 크레인도 4개월만에 처음 가동에 들어가 이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노동조합의 오순영 간사(31·여)는 “아직 조합원들의 충격과 분노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정상을 찾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본격적인 조업재개가 시작되는 20일부터는 밀린 일감을 처리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우선 11월 말과 내년 2월 초에 각각 인도할 예정인 스위스 MSC사의 5,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완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나머지 수주물량인 40척(25억달러)에 대해서도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집중조업에 들어가기는 한편 선박인도가 지연될 것에 대비해 이날 부사장 등 임원 4명을 유럽의 각 선사로 파견해 이해를 구하기로 했다.

우건곤 홍보팀장(45)은 “회사측에서 전향적인 협상안을 내놓고 많은 악재들을 해결했기 때문에 노사 관계가 완전히 새롭게 출발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조합원들도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 회사도 살리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