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태권도, 교육개혁없인 미래 없다"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7시 24분


‘이대로 가면 태권도는 급속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8일 영남대에서 ‘태권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주제로 이 대학 스포츠사회철학회(회장 김동규·金東奎)가 마련한 심포지엄장. 국기(國技)인 태권도가 몰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문화의 하나이고 올림픽 정식종목이기도 한 태권도가 도(道)는 사라지고 ‘주먹’만 남았다는 것이다. 세계 173개국에서 7000만명이 태권도를 수련하지만 태권도는 국민의 사랑의 받는 국기라기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한 기술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권도 교육 제대로 바라보기’를 발표한 경희대 체육학부 곽은창 교수는 “전국의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관원의 90%가 어린이라면 과연 다양한 계층의 국민이 즐기는 국기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태권도장은 이미 돈벌이를 위한 소규모 체육관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곽 교수는 “어린이들이 부모의 권유 등으로 태권도장에 나가면서도 수련이 힘들고 재미없고 (사범이) 무섭고 때리기도 한다는 이유로 많이 이탈하고 있다”며 “태권도 지도자의 수준을 높이는 태권도 교육 개혁이 절박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곽 교수가 태권도장에 다닌 경험이 있는 경기도의 중학생 338명(남자 258명, 여자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나친 훈련이나 강압적인 분위기 등을 이유로 태권도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태권도를 지도하는 사범이 종종 때리거나 심하게 훈련을 시키고 기를 죽인다는 이유 등으로 태권도 배우기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표 참조

곽 교수는 “국기 태권도가 지난 30년동안 엄청난 양적 팽창을 했지만 우수한 지도자 배출이나 좋은 교육 프로그램 등은 소홀히 한 측면이 많다”며 “도장에서 수련하는 학생들이 사범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태권도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권도학과를 개설하고 지도자를 배출하고 있는 대학은 용인대 경희대 한국체대 경원대 계명대 영산대 상지대 단국대 조선대 등 10여개에 이른다. 한국체육대학 안용규 교수는 “이들 대학에서 매년 배출되는 태권도 지도자가 1000여명이나 되면서 태권도장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태권도를 어릴 때 잠시 배우는 운동쯤으로 여기고 성인들은 이를 외면하는 현실에 태권도 지도자들부터 반성하고 자기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권도장에서 몽둥이(매)를 없애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하며 국기원 강사로 활동하는 손성도씨는 “학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수련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몽둥이나 기합 없이 지도하는 실력이 절실하다”며 “지도자부터 공부를 많이 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태권도장일수록 수련생의 수련기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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