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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3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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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을 기리기 위해 사재 50억원을 털어 구립 도서관을 짓는 한 중소기업 대표가 있다.
주인공은 의류수출업체인 현진어패럴의 이상철 대표(57). 이 대표는 서울 서대문구립도서관 건립비용으로 현금 50억원을 서대문구에 기부하기로 하고 4일 오후 3시 서대문구청에서 조인식을 갖는다. 우선 11월 중 30억원을 전달하고 나머지는 내년 1월 전달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도서관을 지어 기부하기로 결심한 것은 딸에게 닥쳐온 불의의 사고 때문. 석 달 전인 6월 대학생이던 둘째딸이 미국 보스턴에서 어학연수 도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연수 떠난 지 석 달 만에 사고를 당한 것이었죠. 딸의 빈 자리가 너무 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마음을 좀 추스르고 나니 딸을 위한 도서관을 지어 사회에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대표는 9월 서울시에 이러한 뜻을 전달했고 이후 서울시와 각 자치구간의 협의를 거쳐 서대문구에 도서관을 짓게 된 것이다.
서대문구는 이 대표의 뜻을 기리기 위해 딸의 이름을 따 ‘서대문구립 이진아 기념 도서관’으로 명명했다.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공원에 건립되는 이 도서관은 지하 2층, 지상 5층, 760여평 규모로 내년 1월 공사에 들어가 9월 15일 준공된다.
이 대표는 “조건 없이 기부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그래도 딸아이의 이름을 넣고 싶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도서관에서 밝은 미래를 설계하고 꿈 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되면 이 도서관에서 청소하고 도서 정리도 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딸아이가 제 곁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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