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제주 4·3사건 사과”…정부차원 첫 공식표명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19분


노무현 대통령은 31일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제주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제주지역 인사 500여명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 특히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회복 등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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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10월 15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진상조사보고서를 최종 확정하고 정부 차원의 사과 표명을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4·3 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4·3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 중의 하나”라고 규정하고 “제주도민들은 국제적인 냉전과 민족 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해 더욱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 데 그 뜻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4·3사건에 대해 올봄에 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려 했으나 진상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내년 4·3 기념식 때 입장을 발표할 생각도 했으나 그때는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적절하지 않을 것 같아 오늘 정부 입장을 표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민국건국희생자유족회 제주도지부 등 보수단체는 “노 대통령의 사과는 일방적으로 과잉 진압과정만 부각시킨 왜곡된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른 잘못된 일”이라고 반발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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