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돈주고 뺨맞는 일 더 없게”…정계, 총선걱정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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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자금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들이 그동안 정당한 절차에 따라 내왔던 후원금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일기자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자금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들이 그동안 정당한 절차에 따라 내왔던 후원금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일기자
“총선이 바로 코앞인데….”

정치권은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선(先) 정치자금 제도개혁, 후(後) 기부금 제공’을 천명하고 나선 데 대해 선거자금 고갈 사태를 걱정했다.

통상 후원회 행사를 할 경우 기업 후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

▽제도개혁 서두르는 정치권=SK비자금 파문으로 태풍에 휩싸여 있는 한나라당은 이날 비상대책위를 열고 “기업으로부터 불법자금이 제공되는 것을 차단하고 불법자금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국정자문위원장도 “정당이 직접 재계로부터 돈을 받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정치인도 기업 후원금의 한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전경련 선언으로 지지부진한 정치자금법 개정이 빨라지게 됐다”(이평수·李枰秀 공보실장)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에 따라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본격 논의될 정치자금 투명화 방안으론 △현재 법인 2억5000만원, 개인 1억2000만원 상한인 기부한도를 대폭 낮추고 △당 및 개인 후원회의 정치자금 계좌를 단일화하며 △정치자금 지출시 수표나 카드사용을 의무화하는 것 등이 있다.

하지만 확대일로에 있는 대선자금 수사와 폭로전이 어느 정도 끝이 보여야 실질적인 여야 협상이 가능할 전망.

▽압박 강도를 높이는 재계=현명관(玄明官) 전경련 부회장은 31일 “정치자금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들이 그동안 정당한 절차에 따라 내왔던 후원금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과 관련해 ‘시간적인 제약으로 총선 때까지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정치자금 제도개혁을 위한 주변상황이 충분히 개선됐다고 판단할 때만 기업들이 후원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돈 주고 뺨 맞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게 재계 분위기”라며 “30일 회장단 회의를 앞두고 회의 불참 기업들의 의견들도 충분히 수렴한 만큼 회원사들이 이 같은 선언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은 데다 정치권이 다시 손을 벌릴 경우 개별기업들이 전경련의 이 같은 의지를 제대로 따라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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