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정치자금 고백성사가 먼저다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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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수수사건은 정치자금 투명화의 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 고백성사를 하고 ‘검은돈’이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4당 대표의 주말 연쇄회동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한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고백성사도 안 했는데 사면 얘기부터 나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여야가 적당한 선에서 대선자금 명세를 공개한 뒤 정치자금특별법을 만들어 함께 사면받자는 생각이라면 용납되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국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사면이 포함된 정치자금특별법을 재신임 문제와 묶어서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얘기도 있다는데 이 또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재신임과 연계할 경우 정치자금 개혁 취지마저 왜곡돼 모처럼의 호기를 놓쳐 버릴 수 있다.

법리적 관점에서 사면이 가능한지도 따져 봐야 한다. 사면이 일반사면이라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건국 후 지금까지 모두 일곱 차례의 일반사면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건축법 위반과 같은 경미한 범죄가 그 대상이었다. 대통령은 내란 외환죄가 아닌 일반 범죄로는 소추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임기 중에 사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사면을 얘기하기에 앞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고백성사가 있어야 한다. 그 검증작업을 정치인에게 맡길 것인지, 특검을 포함한 제3의 기관에 맡길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가능케 할 법적 장치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 관련 입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안만 하더라도 내용이 획기적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참된 반성과 이번에는 반드시 바꾸고 말겠다는 의지다. 사면 여부는 그 후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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