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태기/원전센터 '갈등 조정팀' 만들자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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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위도에 원전 수거물 관리센터를 만드는 문제를 놓고 대치를 계속하던 정부와 주민들이 24일 대화를 갖는다고 한다. 정부와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간에 구성된 대화기구는 일단 조건 없이 대화한다는 원칙은 세웠으나 앞날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원전센터 건립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주민들은 이를 백지화한다는 것으로, 양측의 목표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측의 격차를 좁혀 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분쟁의 원인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정부는 원전뿐 아니라 이른바 혐오시설을 만들 때 기술평가를 왜곡해 왔던 전례가 있다. 이런 기본적인 불신이 있는 데다 정부가 보상 문제에 대해 오락가락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정부는 경찰력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그 와중에 군수 폭행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원전센터의 안정성과 보상 등 본질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감정대립이 앞선 게 그동안의 상황이었다. 불신과 감정, 불상사로 얼룩진 위도 분쟁을 성숙한 시민사회로 가는 계기로 만들 수는 없는가. 정부와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대안을 검토하라고 권하고 싶다.

진지한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되 그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완충장치로서 조정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끝내 합의가 안 되면 투표로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다음과 같이 조정이라는 ‘사회적 학습 과정’을 꼭 거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와 주민은 상대를 자극하는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고 냉정하게 대화에 임해야 한다. 견해차를 좁히려고 노력하되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지 말고 차이가 나는 것은 그대로 놓아 둬야 한다.

둘째, 정부와 주민대표는 조정자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협상 전문가를 조정팀장으로 하고 핵폐기물처리기술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를 팀원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조정자는 누구의 편도 들지 말고 당사자들의 주장을 차분하게 들으면서 그들이 말 못하는 고민까지 파악해야 한다.

셋째, 조정자는 당사자들의 동의 아래 사실관계조사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사안이 복잡한 만큼 당사자들의 공감대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판단뿐 아니라 환경 및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위원회는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

넷째, 조정자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합의에 이르도록 돕되 합의를 망설인다면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조정자는 엉뚱한 사람이 돌출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정지작업도 해야 한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 뒤 당사자들이 이를 수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타운 미팅’을 개최해 조사결과를 주민과 일반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다섯째, 조정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민투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조정자는 투표에 부칠 최종안을 제시하고 당사자들과 주민에게 이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최종안은 단순한 가부가 아니라 대안을 담고 있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분쟁해결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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