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도범에 '살인 덤터기' 씌운듯"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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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시민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3인조 연쇄 강도범에게 법원이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며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신영철·申暎徹 부장판사)는 19일 연쇄살인범으로 몰린 홍모(27), 김모(28), 윤모 피고인(29)에게 7명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강도상해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9∼1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극형을 받게 될 것을 직감하면서도 체포된 지 하루도 안돼 범행을 자백한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경찰 조사 당시 가혹행위를 견딜 수 없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한 것이 일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범행 장소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행 현장이 처음 조사 때와 다른 것으로 밝혀지자 경찰이 범행 장소를 정정해 피고인들에게 번복 진술을 받았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자백을 할 땐 범행을 저지른 자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나오게 마련인데 피고인들은 검거되기 전 경찰이 알고 있던 사실 이외의 진술을 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이 범행 수법이 같다는 이유로 미제사건을 제시하며 엄하게 추궁하자 마지못해 자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교도소 동기인 이들은 지난해 2월 경기 용인시에서 승용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고 있던 30대 연인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지난해 2∼4월 서울에서 5명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강도치사), 그 밖에 강도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으나 1심에서도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긴급체포 직후 강도상해 혐의를 시인했고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강도살인 및 강도치사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이들은 법정에서 강도상해 외에 다른 혐의를 부인했으며 올 4월 1심에서 강도살인 및 강도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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