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두율씨 처리 '진퇴양난'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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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59)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검찰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송씨를 구속기소하는 쪽으로 사건의 처리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포용’을 강조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 송씨를 선처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는 아니었지만 검찰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

한 검찰 간부는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포용을 강조했는데 이를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고…”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법적 기준을 최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할 검찰이지만 ‘법대로’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고민이 배어나는 발언이다.

검찰을 더욱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반성’과 관련된 송씨의 애매한 태도. 송씨가 친북 행적을 모두 인정하고 북한 관련 고급정보까지 제공하는 등 속시원하게 반성 의사를 보인다면 검찰도 이를 근거로 선처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송씨가 반성하는 정도는 이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

송씨는 17일 ‘국민 여러분과 사법당국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1장짜리 글을 반성문이라며 검찰에 제출했지만 검찰은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노동당 가입 등 이미 반성 의사를 밝힌 내용을 되풀이했을 뿐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핵심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

수사팀을 지휘하고 있는 박만(朴滿) 서울지검 1차장 검사가 “옷을 홀랑 벗는 심정으로 다 말해줘야 한다”고 말한 것도 송씨의 어정쩡한 태도를 꼬집는 대목.

더욱이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송씨 처리와 관련해 “검찰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제 검찰은 기댈 곳도 없는 고독한 결정권자가 됐다.

결국 송씨의 반성 수위가 선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21일 검찰에 재소환될 송씨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주목된다.

그러나 송씨의 변호인인 김형태(金亨泰) 변호사는 “송씨가 북한에서 후보위원급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검찰 출두시 다시 언급하겠지만 실제 후보위원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반성의사를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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