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괴담’ 퍽치기범 잡았다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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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익대 주변에서 귀갓길 여성들을 흉기로 때리고 금품을 빼앗아 ‘괴담’까지 나돌게 했던 강도살인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행인을 흉기로 때린 뒤 돈을 빼앗아 달아나는 일명 ‘퍽치기’ 수법으로 7월 말부터 최근까지 여성 8명에게서 현금 등 90여만원을 빼앗고 이 중 홍익대 미대에 재학 중인 한모씨(23·여)를 숨지게 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김모씨(32·재단사)에 대해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주문 제작한 길이 53cm 무게 2.5kg의 쇠방망이로 주로 비오는 날 새벽에 귀가하는 20대 여성을 노렸으며, 피해 여성 일부는 아직까지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지난달 16일 한씨가 숨진 뒤 홍익대 근처에서는 “홍익대 미대생 3명이 학교 주변에서 ‘퍽치기’를 당해 숨졌다”는 등의 ‘괴담’이 퍼져 인근 학원들이 일찍 문을 닫고 여대생들이 귀가를 서두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치밀한 범죄=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범행을 계획한 것은 올해 2월 동대문시장에서 하던 의류봉제사업이 부도가 나 2억50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되면서부터. 이후 김씨는 청계천 철공소에 학생 가방에 들어갈 정도의 야구방망이 모양 쇠뭉치를 주문 제작해 자신의 집인 서대문구 연희동 근처에서 범행을 시작했다.

김씨는 피해자들로부터 빼앗은 물건을 인근 경의선 철길을 걸어 다니며 하나씩 버렸으며,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과 10만원권 수표만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 과정=범행 특성상 목격자도 없고, 피해자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도 소용이 없어 관할서인 마포경찰서 강력반 형사 30여명은 한 달 동안 매일 밤 현장 잠복수사를 벌였다. 또 경찰은 근처 비디오 대여점 30여곳에서 퍽치기 범죄를 다룬 영화를 빌려 본 사람 등 인근 독신 남성 500여명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13일 오전 4시40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교차로 주변에서 또 다른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쇠방망이를 꺼내다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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