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대책이 교육 혼란 부채질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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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 안정을 위해 특수목적고 확대 등 실효성이 없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아 교육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9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강북에 특수목적고를 많이 만들어 강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현실을 전혀 모르는데서 나온 얘기"라고 일축했다. 지금도 서울시 과학고와 외국어고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지역에 있는 학교는 하나도 없기 때문.

현재 서울시에는 서울, 한성 등 2개 과학고와 대원 대일 명덕 서울 이화 한영 등 6개 외국어고가 있다. 이 가운데 강남권에 가까운 학교는 강동구 상일동 한영외고 뿐이다.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은 광진구 중곡동 대원외고의 경우 2003학년도 신입생 423명 가운데 부모의 주소지가 강남 서초 송파구인 학생이 46.5%인 197명이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이 자녀를 특수목적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굳이 강북으로 이사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남의 집값 상승은 경제가 아닌 교육적인 원인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총재는 학교 교육보다 학원 수업을 통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올리려는 것이 주 원인이어서 내신(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을 크게 올려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입시전문가인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은 "고교마다 내신 성적 부풀리기가 극심해 대학들이 내신 성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추세여서 내신의 비중을 높인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내 각 대학은 정시모집에서 학생부 성적을 30~50% 반영하지만 기본 점수를 높게 줘 학생부의 실질적인 반영비율을 3~7%에 불과하다.

무대책으로 일관하기는 주무 부서인 교육인적자원부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8일 발표한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 관련 교육대책'에서 △비선호지역 학교 교육개선 지원 △강남지역 위장전입 단속 강화 등 기존 정책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경제 부처는 경제적인 현상만을 정책 판단의 근거로 삼아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교육부가 정확한 비전이 없어 경제 부처에 휘둘리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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