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노인 性고민 상담, 노인들이 해야지”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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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무슨 성(性) 얘기인가 했는데 프로그램에 자꾸 참가하다 보니 성이란 것이 참 새롭고 재미있어 보입디다.”

“늙은이들은 아예 성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성문제에 관심을 보이면 주책 부린다고 하는데 실은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성욱)이 9월 말부터 국내 첫 ‘노인 전문 성 상담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화제다.

노인의 성 고민을 젊은이가 아닌 노인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주 1회씩 10주 동안 진행된다.

참가 노인들은 자신의 다양한 성 고민을 털어놓고 토론한다. 전문가로부터 성 교육 및 성 상담을 받거나 각종 사례나 통계에 관해 논의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12월부터 이들은 서울시내 노인복지관 등에 배치돼 성 상담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60, 70대 참가 노인 15명(남자 5명, 여자 10명)은 처음엔 쑥스러워 상대방 얼굴도 쳐다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농담까지 주고받을 만큼 익숙해졌다. 성북노인복지관의 홍희자 사회복지사는 “홀로 사는 분은 이성 교제나 성욕 해소에 관심이 많고 배우자가 있는 분은 그동안 잠자리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70대 참가자는 “이렇게 터놓고 성을 얘기하니 내 자신의 인생이 새롭게 보이고 또 지하철에서 진하게 애정을 표현하는 젊은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성 상담원이 돼서 노인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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