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후원금도 대가성 있을땐 뇌물”

  • 입력 2003년 9월 1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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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정치 후원금이냐, 후원금을 가장한 뇌물이냐.’

검찰이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이 현대건설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3000만원을 뇌물이라며 형사처벌 방침을 밝히자 돈의 성격 및 정치 후원금의 처벌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의원은 16일 대검찰청에 자진 출두해 “2000년 9월 고향 선배인 현대건설 임모 부사장이 현금 3000만원을 쇼핑백에 담아 가져와 바로 영수증 처리를 했다”며 “선관위에도 신고한 정치자금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정치탄압이며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도 절차적 요건을 갖춘 후원금까지 검찰이 문제 삼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법적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치 후원금을 주고받는 양쪽이 모두 적법한 절차를 갖췄더라도 대가성이 인정되면 뇌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16일 “박 의원에게 건네진 돈이 현대 비자금의 일부분이고 현대건설 결산명세서의 기부금 명세표에 박 의원에게 전달한 부분은 없다”며 “정치자금을 가장했더라도 뇌물일 경우 사법 처리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도 17일 “박 의원이 받은 돈은 국회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문제 등 직무 관련성이 뚜렷한 뇌물”이라고 가세했다. 대법원은 1997년 권노갑(權魯甲) 당시 국민회의 의원이 한보그룹에서 돈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정치자금 명목으로 이뤄진 금품 수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라면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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