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기간중 김진표 부총리는 제주서 골프

  • 입력 2003년 9월 15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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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추석 연휴 중 제주에 머물며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졌다.

김 부총리가 제주에 머물렀던 기간은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예보가 이미 내려져 있던 시점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부총리는 14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교 동창들과 부부동반으로 휴가를 보내기 위해 10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에 갔으나 12일 태풍 때문에 항공편이 결항돼 상경하지 못하고 하루 뒤인 13일 돌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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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제주에 머무는 동안에 골프를 쳤지만 태풍 피해가 발생한 12일 제주에서 전화로 국고 지원 대책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언제, 몇 차례나 골프를 쳤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부총리는 12일과 13일 고건(高建)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태풍 관련 관계부처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12일 회의에는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 또 13일 회의에는 행자부 산업자원부 건교부 해양부 국방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철도청장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12일과 13일 총리 주재 관계부처 대책회의에는 경제부총리가 참석할 의무가 없었다”며 “태풍이 와 아무리 무리해도 서울로 돌아갈 수 없었으며 단지 업무 때문에 여름휴가를 못 간 고교 동창끼리 골프를 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태풍 ‘매미’가 온다는 것은 9일부터 예고됐을 뿐 아니라 11일 오후 6시에는 이미 제주와 남해 먼 바다에 태풍주의보가 내려졌다.

또 12일 제주발 서울행 비행기는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반까지만 결항됐으며 그 이전과 이후에는 정상 운항됐다.

‘경제팀 수장(首長)’인 김 부총리가 ‘골프모임’으로 제주에 머물고 있던 11일에는 이경해(李京海)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 칸쿤에서 농업 개방에 반대해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14일 밤 제보를 받고 내용을 취재하던 본보 기자에게 “이를 무리하게 기사화할 경우 법적소송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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