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고문 폭로’ 권인숙씨 명지대 교수 임용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49분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였던 권인숙씨가 명지대 교수로 취임해 3일 서울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결혼과 가족’이란 제목의 강의를 하고 있다. -연합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였던 권인숙씨가 명지대 교수로 취임해 3일 서울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결혼과 가족’이란 제목의 강의를 하고 있다. -연합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폭로하고 군사독재에 맞섰던 권인숙(權仁淑·39·여)씨가 국내 대학 강단에 섰다.

명지대(총장 선우중호·鮮于仲皓)는 권씨를 올가을 학기부터 교육학습개발원 조교수로 초빙했다고 3일 밝혔다. 권씨는 최근 명지대에서 실시한 중견교수 공개채용에 지원해 강의를 맡게 됐다. 권씨가 국내에서 강단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권씨는 1986년 위장취업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성고문’을 당했다고 담당경찰관을 고소하면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그 후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가 클라크대에서 ‘군사 위주 문화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으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주립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다 7월 중순 귀국했다.

권씨가 맡은 강의는 ‘여성과 현대사회’와 ‘결혼과 가족’ 등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과목. 권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서울과 용인캠퍼스를 오가며 강의를 시작했다.

권씨는 “한마디를 하더라도 한국 학생들에게 더 에너지를 쏟고 싶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한국말로 한국 문제를 얘기하게 되니 신이 나고 자신감도 붙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남학생들이 강의를 많이 듣는데 결혼이나 여성들의 문제를 생각보다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더욱 열린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한국여성학에 대해 “여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높은 것이 신선했다”며 “그동안 여성관련 단체의 증가 등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룬 것은 만족스럽지만 여성학 관련 학과나 전임교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열두 살짜리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권씨는 지난해 말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여성학자로서의 고민 등을 담담하게 표현한 ‘선택’이라는 수필집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사회활동보다는 연구와 강의에 전념하고 싶다”며 “언젠가 한국에서 여성정책을 다루는 대학원을 건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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