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씨, 연세대 교수로 복직

  • 입력 2003년 8월 29일 15시 44분


마광수 교수(52)가 연세대 교수로 복직한다.

2000년 6월 재임용에 탈락해 학교를 떠난 마 교수가 연세대 국문학과 부교수로 복직해 9월1일부터 매주 월, 목요일 국문학과 전공과목인 '문예사조사' 강의를 맡는다고 연세대 측이 29일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마 교수의 휴직 기간이 이번 8월까지이기 때문에 복직할 때가 돼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 교수는 '즐거운 사라'에 대한 법원의 음란성 판결로 보직해임되기도 했으며 그 뒤 '논문실적 부실'을 이유로 재임용에 탈락했고 현재 공식적으로는 '휴직' 상태다.

재임용 탈락 뒤 우울증과 위염으로 투병하며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 칩거해 온 마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의 생활과 복직 소감 등을 들어보았다. 마 교수는 오랜 시간동안의 정신적 힘겨움 때문인지 말을 이어나가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3년만에 복직하게 된 계기는.

"선배와 동료 교수들로부터 재임용 탈락이 결정된 뒤 충격을 받아 사표를 제출했으나 대학 당국으로부터는 처리가 보류된 상태였다. 최근 교내외의 여러 분들이 다시 강단에 설 것을 권했고 다행히 과에서도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건강이 안 좋아 고생을 많이 했다. 만성 위염에다가 우울증이 겹쳤다. 의사는 '외상성 우울증'이라고 하더라. 충격을 많이 받아 우울해졌다는 뜻이다. 글도 못 쓰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집안에만 있었다."

-다시 강단에 서는 감회는.

"사실 아직도 마음이 많이 불편하고, 너무나 조심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조금씩은 나아지지 않겠는가. 그래도 아직 여러 가지로 두렵다. 여러 학생들에게 감사한다. 인터넷으로 사이버 시위를 벌이는 등 나 때문에 수고를 많이 해주었다."

-이번 학기에 단 한과목만 맡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복직 자체가 갑자기 이루어져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건강 문제도 있고…. 힘들어서 한 과목만 하겠다고 말했다."

-칩거기간에 글은 쓰지 않았나.

"정신적으로 너무 소모를 많이 해 새 글은 쓰지 못했다. 예전 일간지에 연재했던 소설 '별 것도 아닌 인생이'를 책으로 내려고 정리하고 있는데, 마음 고생이 심했기 때문인지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다시 소설을 쓴다면 지금까지보다 사변적이고 무거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3년 동안 내면에서 도피처를 찾았고 내면으로 자꾸만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발랄하고 '개방적' 인 강의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는데, 그 '발랄함'을 다시 기대해도 되겠는가. 새로 만나는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힘들더라도 '자유정신'만은 끝까지 유지하자. 그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얘기다." (처음으로 말 끝에 웃음기가 묻어났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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