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보상금 1억원 아들모교 기탁 정해옥-김순희 부부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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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의 모교에 장학기금으로 1억원을 기탁한 김순희씨가 아들의 사진첩을 뒤적이고 있다. -광주=연합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의 모교에 장학기금으로 1억원을 기탁한 김순희씨가 아들의 사진첩을 뒤적이고 있다. -광주=연합
“하늘나라에 있는 우리 아이들도 장학금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정말 기뻐할 겁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의 보상금 1억원을 아들 모교에 기탁한 정해옥(丁海玉·58·광주 동구 계림동) 김순희(金順熙·50)씨 부부.

지난달 정씨 부부는 전남대 경영학부 1학년 재학 중 교통사고로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들 영훈군(당시 19세)의 모교인 광주 동신고를 찾았다.

정씨 부부는 이 학교 박효윤 교장에게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1억원이 입금된 예금통장을 맡겼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7일 이 학교에서는 영훈군의 이름을 딴 ‘정영훈 장학회’가 설립돼 발족식을 갖는다.

영훈군은 두 살 위인 누나 다운씨(당시 전문대 2년생)의 운전면허시험에 따라갔다가 전남 나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누나와 함께 숨졌다.

남매를 한꺼번에 잃은 정씨 부부는 사고 직후 아들 딸이 없는 광주에서 살 수 없어 대전으로 이사를 갔지만 결국 8개월 만에 돌아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갈 수 있을까 수없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일로 여겨져 더 이상 실의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어머니 김씨는 “우리 아이들이 비록 이 세상에는 없지만 그 자취만큼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보상금 2억원 중 우선 1억원을 아들의 모교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은 1억원은 딸 이름으로 보육원 등 적당한 곳을 찾아 기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씨 부부는 하늘나라로 떠난 남매를 대신해 오갈 데 없는 김씨 친정조카의 남매(5, 3세)를 데려다 1년째 키우고 있다. 이들 남매는 2년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서울이 직장이어서 보육원에 맡겨질 처지였다.

김씨는 이들 남매를 키우느라 10년간 운영해 온 분식집을 그만뒀다. 정씨는 미장일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지만 이들 부부는 “아들과 딸이 우리 곁을 떠나면서 맺어준 또 하나의 인연으로 알고 조카 남매를 훌륭하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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