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한 달 뒤인 27일 이 학교에서는 영훈군의 이름을 딴 ‘정영훈 장학회’가 설립돼 발족식을 갖는다.
영훈군은 두 살 위인 누나 다운씨(당시 전문대 2년생)의 운전면허시험에 따라갔다가 전남 나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누나와 함께 숨졌다.
남매를 한꺼번에 잃은 정씨 부부는 사고 직후 아들 딸이 없는 광주에서 살 수 없어 대전으로 이사를 갔지만 결국 8개월 만에 돌아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갈 수 있을까 수없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일로 여겨져 더 이상 실의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어머니 김씨는 “우리 아이들이 비록 이 세상에는 없지만 그 자취만큼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보상금 2억원 중 우선 1억원을 아들의 모교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은 1억원은 딸 이름으로 보육원 등 적당한 곳을 찾아 기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씨 부부는 하늘나라로 떠난 남매를 대신해 오갈 데 없는 김씨 친정조카의 남매(5, 3세)를 데려다 1년째 키우고 있다. 이들 남매는 2년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서울이 직장이어서 보육원에 맡겨질 처지였다.
김씨는 이들 남매를 키우느라 10년간 운영해 온 분식집을 그만뒀다. 정씨는 미장일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지만 이들 부부는 “아들과 딸이 우리 곁을 떠나면서 맺어준 또 하나의 인연으로 알고 조카 남매를 훌륭하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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