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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9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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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젊은 법관들의 연판장 파동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대화를 통해 가닥을 잡아 다행스럽다. 사법 사상 처음으로 전국 법관 대화 모임이 열려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은 다수 법관들이 사법부 내에 보혁(保革)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치거나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사태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3명의 대법관 제청 후보에게서 결정적 흠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 대법원이 이를 백지화하고 다른 후보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점도 이해할 만하다. 전국 법관들이 7시간 격론을 벌인 끝에 연판장 서명을 주도한 판사까지 회의 결과를 받아들인 데서도 이 같은 뜻이 확인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파동을 계기로 대법원의 구성에 변화를 바라는 사법부 안팎의 요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법관 선발은 사법시험 기수에 따라 한 기수씩 내려가는 방식이어서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대법관 제청 후보 선정에서 서열과 기수에 집착하는 낡은 틀을 깨야만 이번 같은 파동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파동에서 표출된 일부 법관들의 불만은 대법관 선발 방식뿐만이 아니라 법관 인사제도 전반에 관한 것이었다. 사법시험 성적과 사법연수원 성적으로 매겨진 서열이 법관을 평생 따라다니며 승진을 좌우하는 제도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 다수 법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제도 대신에 임용 후 실적과 재판 능력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시대의 변화를 사법제도와 재판에 반영하는 사법부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여성인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새 헌법재판관에 지명한 것은 열린 사법부를 지향하는 노력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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