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강도, 부산 감천항 ‘범죄통로’로 악용

  • 입력 2003년 8월 1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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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찰에 붙잡힌 경기 파주시 농협 권총강도 사건의 주범 이모씨(46·왼쪽)와 공범 이모씨. 주범 이씨는 필리핀에서 권총과 실탄을 들여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주=김동주기자
16일 경찰에 붙잡힌 경기 파주시 농협 권총강도 사건의 주범 이모씨(46·왼쪽)와 공범 이모씨. 주범 이씨는 필리핀에서 권총과 실탄을 들여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주=김동주기자
경기 파주시 농협 권총강도 사건을 수사 중인 파주경찰서는 주범 이모씨(46·경기 고양시)와 공범 이모씨(32·경기 고양시)를 붙잡아 특수강도 등 혐의로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6일 오후 4시25분경 파주시 교하면 상지석1리 교하농협 운정지소에 38구경 권총 2발을 쏘며 침입해 현금 1억1425만원과 수표 1840만원 등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다.

이들은 자신들이 턴 현금은 9100만원으로 주범 이씨가 5700만원을, 공범 이씨가 나머지 3400만원을 가졌으며 수표는 불태워버렸다고 진술해 경찰은 피해 금액과 왜 차이가 나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마상공원에서 이들이 범행 후 묻어놓은 38구경 권총 1정과 실탄 21발을 찾아냈고 쓰고 남은 돈 25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주범 이씨는 노름과 경마 등으로 1억3000여만원의 빚을 지자 범행을 주도했고 공범 이씨는 절도사건으로 직장에서 해고되자 3년 전부터 도박판에서 알고 지낸 이씨의 제안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범 이씨는 3월 초 필리핀 마닐라 시계상점에서 1만페소(약 23만원)를 주고 38구경 권총 1정과 실탄 27발을 구입하기로 계약한 뒤 같은 달 중순 부산 감천항에서 철조망 사이로 필리핀 선원에게서 총기와 실탄을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권총이 격발되지 않자 고양시 덕양구 삼릉역 인근 하수구에 버린 뒤 4월 다시 마닐라로 가 8000페소(약 19만원)를 주고 계약한 뒤 4월 중순 감천항에서 같은 방법으로 총을 건네받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공범 이씨는 범행 다음날부터 도박판과 경마장 등에서 2500만원을 탕진했다고 밝혔으며 주범 이씨는 부산행 기차 안에서 4500만원을 분실했다고 진술해 경찰은 진위 여부와 정확한 돈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총-실탄 필리핀서 샀다"▼

경기 파주시 농협 권총강도 사건에 사용된 총기가 부산 사하구 감천동 감천항을 통해 밀반입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감천항의 허술한 보안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사건의 주범 이모씨(46)는 경찰 조사에서 “‘필리핀에서 쉽게 총기를 구할 수 있다’는 TV 방송을 본 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필리핀을 5차례 찾아간 끝에 2차례에 걸쳐 38구경 권총 2정과 실탄 27발을 감천항으로 통해 들여올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감천항으로 형사들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2월 네 차례 마닐라로 가 총기 구입을 물색하다 실물을 확인하고 입수 경로까지 제공받았다.

먼저 돈을 건네고 귀국한 이씨는 현지인이 지정해 준 시간에 감천항으로 가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는 철조망을 통해 필리핀 선원으로 추정되는 남자에게서 권총을 건네받았다.

그러나 격발이 되지 않자 4월 3일 다시 출국해 같은 방법으로 권총 1정을 구입했으며 이를 역시 감천항을 통해 건네받아 실제 범행에 사용했다.

4월 부산에서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두목 총기살해 사건에 사용된 러시아제 권총 2정도 감천항을 통해 밀반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아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감천항은 8개 초소에 40여명이 근무하지만 2교대라 실제 근무자는 초소당 1, 2명에 불과할 정도로 경비가 허술하다. 또 감천항 철조망의 총연장은 6.7km에 이르지만 폐쇄회로 TV는 19대밖에 없고 항구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고공망루대 등이 없어 하루 2000여명의 인원과 1000여대의 차량이 드나드는 감천항을 감시하기는 역부족이다.

특히 항구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는 철조망에는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총기나 마약을 철조망 위로 던지기만 하면 부두 밖 일반 도로쪽에서 쉽게 전달받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감천항을 통해 총기 밀반입이 적발된 것은 96년 단 1건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거대한 이권이 걸린 수산물 수출입과 관련해 러시아 마피아들이 자주 감천항을 왕래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총기 반입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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