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도 집단행동 조짐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35분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방식 및 내용 등에 반발해 소장 판사들에 이어 일부 중견 부장판사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판사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박시환(朴時煥) 서울지법 부장판사에 이은 동반사표 제출과 대법원장 퇴진 요구까지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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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다수 판사들은 여전히 사태를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파문이 사법파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법관제청 방식 등에 반발하고 있는 서울지법의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부장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요구수위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대법원장의 퇴진까지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부장판사가 사직하고 소장 판사들까지 나선 마당에 책임 있는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부장판사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사항 중의 하나”라고 밝혀 집단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는 전국 판사들에게 사법개혁 요구에 동참해달라는 법관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광주지법 정진경(鄭鎭京) 부장판사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판사들은 이번 사안을 대법원이 현재 서열화된 사법관료제의 근본 틀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음을 드러낸 하나의 징표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연명 건의서 작성을 주도한 이용구(李容九·사시 33회)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는 이날 오후 전국 법관 144명(부장판사 8명 포함)의 동의를 얻어 대법관 제청 재고를 요청하는 연판장을 김동건(金東建) 서울지법원장을 통해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연판장 서명을 주도한 판사들은 대법원이 소장 판사들의 재고 요구를 수용하는지 등을 지켜본 뒤 추가 행동에 나설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간부들이 회의를 갖고 수습 방안을 토의한 데 이어 소장 판사들이 전달한 건의사항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대법원의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소장 판사 등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대법원의 인적구성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판사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너무 민감한 사안이어서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고 답변을 피했으나, 다른 관계자는 “판사들이 연판장을 작성한 것을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생각도 판사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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