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판사 “대법관 추천안 최악… 변화요구 외면”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42분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 게시판에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란 글을 올린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李容九·사진) 형사4 단독판사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진행된 대법관 인선 과정은 법관들의 기대를 외면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좌절하게 하고 있다”며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비장한 표정으로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자신도 사표를 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견서를 띄운 배경은….

“대법관 후보 제청을 위한 자문위원회가 개최되기 이전인 지난달 말경 18∼23기 단독판사 몇 명이 모여서 ‘단독판사들의 의견을 제시할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그때는 일단 자문위원회를 통해 뭔가 변화할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에 한번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자문위원회에서 보낸 대법원 추천안은 최악의 경우다. 내가 의견서를 작성했고, 12일 저녁 5명가량의 단독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견서를 보여준 뒤 모두 동의해 오늘(13일) 오후 2시10분경 게시판에 올렸다.”

―의견을 이런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가.

“없다.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 내규 2조 2항에는 ‘누구든지 특정 인사에 관해 비공개 서면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정당한 방법이다.”

―의견서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글을 올리고 난 뒤 ‘의견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e메일을 100여통 받았다.”―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상황에 따라 대책을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문위 추천안으로 결론이 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지법 민사28부 박시환 부장판사가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러 사람이 말렸었는데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나도 사표를 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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