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영상 ‘천마의 꿈’ 총감독 고욱 교수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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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기자
이권효기자
“신라 화랑 기파랑(耆婆郞)의 인간적 고뇌를 담고 싶었습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8월13일∼10월23일) 주제 영상인 ‘천마의 꿈-화랑 영웅 기파랑전’의 총감독을 맡은 고욱(高郁·42·아주대 미디어학부·사진) 교수.

고 교수는 “관객들에게 영상 속으로 빠져드는 몰입감을 주지 못하면 첨단 디지털 기술도 의미가 없다”며 “17분 영상물에 기파랑의 사랑과 고뇌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업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미국 버클리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그는 정보통신부 디지털 콘텐츠 총괄 단장을 맡았을 정도로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 개발 분야의 선두주자.

“날아다니는 말(천마·天馬)의 털이 1초 동안 자연스럽게 느껴지려면 컴퓨터는 20만초 동안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머리카락의 움직임이나 주인공의 얼굴 표정도 마찬가지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애니메이션 작품도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감동을 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도 이 같은 기술 때문입니다.”

제작비는 17억원. 분당 제작비는 할리우드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고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꼬박 1년 동안 50여명과 함께 ‘천마의 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개인 돈을 넣었을 정도로 애정을 가진 작품이라는 것.

“자긍심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어 아쉽던 차에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풍기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평생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천마의 꿈’은 신라 최고의 화랑으로 꼽히는 기파랑이 호국의 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을 빼앗은 악의 무리와 싸우는 내용. 기파랑을 사랑한 선화낭자가 절벽에서 몸을 던져 천마로 변신한 뒤 기파랑과 함께 악의 무리를 제거해 신라의 평화를 지킨다는 스토리다.

등장인물의 옷과 서라벌 전경 등 신라시대를 고스란히 옮겨놓았을 정도로 고증을 철저히 했다. 음악은 영화 ‘쉬리’ ‘은행나무 침대’ 등의 이동준씨가 맡았다. 100% 국내 디지털 영상 기술로 제작한 점도 의미 있다.

“작품이 완성됐을 때 자랑스러웠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디지털 콘텐츠와 결합하면 산업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진 것도 큰 성과입니다.”

‘천마의 꿈’은 경주 보문단지 엑스포공원 에밀레 극장의 대형 스크린(가로 21m, 세로 11m)을 통해 행사 기간 하루 16회 방영된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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