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자동차 미래 우리가 열래요” 白作車 동아리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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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요? 아직 멀었죠.”

10일부터 13일까지 영남대 경산캠퍼스에서 열리는 전국 대학생 자작(自作) 자동차 대회를 앞두고 마무리 손질을 하던 영남대 기계공학과 학생들은 어느새 ‘눈’이 높아져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62대학 73개팀 공대 학생 1000여명이 직접 제작한 125cc 자동차와 함께 참가한다. 8회째인 올해는 미국 미시간 공대 학생 7명도 첫 출전해 실력을 겨룬다.

미니 자동차지만 직접 만드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디자인 안정성 독창성 편의성 기동력 제동력 레이싱 등 많은 항목으로 평가를 받는다.

“우리도 꽤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미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세 번 참석해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노력해야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까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어요. 시야가 넓어져 그나마 다행이고요.” 기계공학과 4학년 김승현(金昇賢·25)씨의 말이다.

자동차 업체에 이미 취업을 한 김씨는 “물량 면에서는 한국 자동차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아직 멀었다”며 “GM이나 포드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명성이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산 자동차라며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의 생각은 꽤 달랐다.

“국산 자동차는 비교적 싼 가격에 비해 탈 만하다는 것이지 성능까지 세계적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설계에서 부품까지 아직 우리나라는 모방단계입니다. 운전 중 잡음이나 위기상황에서 핸들링 같은 미세한 부분이 자동차의 수준을 가르는 시대입니다.” 이동주(李東柱·48) 지도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96년 대학생 자작(自作) 자동차 대회를 처음 도입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공대학생들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보고 무릎을 친 것.학생들은 제작비용 마련부터 대회참가까지 일련의 과정은 일종의 ‘관리능력 학습’이라고 했다. 3학년 장병근(蔣炳根·23)씨는 “하나에서 열까지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대생에게 부족하기 쉬운 측면을 보완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기대도 매우 크다. 16명이 참가하는 고려대 기계공학과 3학년 양승현(梁承炫·25)씨는 “기업체에서 이공계 학생들에게 불만이 적지 않은 것도 학생들의 현장적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이런 대회가 공학의 현장감각을 키우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전북대 기계공학과 2학년 정광민(鄭光珉·24)씨는 “교실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응용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영남대 대운동장에 모이는 학생들은 11일 외관을 테스트한 뒤 다음날 경산시내를 카 퍼레이드한다. 하이라이트는 13일 오전 10시부터 학교 주변 산에 조성된 4km구간에서 3시간 동안 펼치는 레이싱. 학생들이 자동차를 타고 한국 공학의 미래를 열어가는 뜻깊은 행사를 하는 것이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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