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목숨 앗아간 '아바타'

입력 2003-06-26 16:30수정 2009-09-2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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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아바타 등 인터넷 컨텐츠 이용 요금이 많이 나온 것에 대해 어머니에게 꾸중을 듣자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수원에 사는 K양(11)은 24일 오후 5시반경 지난달 인터넷 컨텐츠 이용 요금이 20여만원이나 나온 것을 두고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뒤 자신의 방에서 이동식 옷걸이에 목을 매 신음중인 것을 K양의 언니가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25일 오후 1시반경 숨졌다.

내성적 성격인 K양은 지난해 12월부터 금년 4월까지 아바타 구입에 150여만원을 사용해 지난달에도 꾸지람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초등학생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아바타 온라인게임 등 유료 컨텐츠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없을 경우 제2, 제3의 죽음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아바타는 사이버상에서 나를 대신하는 가상의 캐릭터. 아바타 자체는 무료이지만 이를 꾸미는 옷, 액세서리 등은 유료다. 아이템 별로 적게는 500원, 많게는 7000원 정도로 가격이 정해져 있다. 컨텐츠 제공업체는 아바타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구매를 부추긴다.

아바타, 게임, 음악 등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모든 인터넷 업체들이 결제방식으로 핸드폰, 음성응답서비스(ARS), 신용카드, 유선전화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 중 아이들이 특히 많이 사용하는 게 유선전화. 전화 결제를 하면 다음달 전화요금 고지서에 '정보이용료' 항목으로 책정돼 나온다.

문제는 돈 개념이 없는 아이들이 별 생각 없이 전화 결제를 한다는 것. 경기 안양에 사는 노모씨(45)는 "5월 전화요금에 정보이용료만 19만5000원이 나왔는데 딸아이가 아바타와 음악서비스를 이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왜 유료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업체들의 상술에 아이들이 놀아나고 있다고 분개했다.

▽시급한 제도 개선=일부 대형 포털 사이트들은 만 14세 미만 아이들에게 매월 결제한도를 정하고 있으나 많은 업체들이 이런 한도를 정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이트는 부모의 항의를 피하기 위해 사이트 어디에도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부 정모씨(40)는 "딸아이가 자주 이용하는 '벅스뮤직'이라는 업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114에 문의했으나 교환원이 '벅스뮤직을 찾는 전화가 오늘만 5통 이상 왔는데 전화번호부 어디에도 번호가 없다'고 하더라"며 이는 업체가 고의적으로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보통신 및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의 아이들은 컨텐츠 제공업체에 회원가입을 하려면 부모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기업을 빼면 대부분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한때 유료 컨텐츠 업체를 경영했던 김모씨(34)는 "하루에도 수백건에서 수천건의 결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으며 무엇보다 이렇게 하다가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고백했다.

정성희 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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