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공사 뇌물비리 수사]출금전표에 사장 서명 ‘조직적 로비’

입력 2003-06-12 18:37수정 2009-09-29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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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발주한 인천국제공항 외곽 철조망 공사와 관련해 현대건설측이 군 장성 등을 상대로 조직적인 전방위 로비를 펼친 사실이 12일 경찰수사로 드러났다.

또 최근 군 고위 장교들의 비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국방부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로비 실태=이 같은 로비는 1차적으로 업계에서 ‘마당발’이라고 불리는 현대건설 김광욱(54·구속) 상무보가 맡았다.

경찰이 압수한 현대건설 김광욱 상무보의 수첩과 출금전표. 수첩과 출금전표에는 당시 군 장성 등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과 뇌물 액수 등이 적혀 있다.-연합

김 상무보는 260억원 상당의 인천국제공항 철조망 공사와 45억원 상당의 영종도 군 숙영시설 공사 등과 관련이 있는 군 장성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이들과 친분이 있는 G토건 이모 회장(46)을 이용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군 장성들을 소개받은 김 상무보는 공사 발주 당시 국방부 시설국장이었던 신택균씨 등 군 장성 등에게 모두 1억3800만원을 뇌물로 주었으며 그 대가로 현대건설은 각종 공사 편의를 제공받고 설계변경 등을 통해 추가이익도 챙겼다.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현대건설의 출금전표에는 김윤규(金潤圭) 당시 현대건설 사장과 부사장, 이사 등의 서명까지 들어있어 뇌물을 주면서 회사 고위 간부들의 결재를 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 상무보는 또 3년간 이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앞 커피숍이나 자신의 승용차 안 등에서 군 장성들과 접촉하면서 직접 뇌물을 건네거나 이 회장을 통해 금품을 전달했다.

▽잇따르는 군 비리=이번 사건은 올 들어 적발된 다섯번째의 군 관련 비리다. 4월 국방회관의 수익금 3억원 횡령 사건 때 현역 장성 4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현역 및 예비역 장성만 모두 11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를 받았다.

특히 육군본부 감찰차감은 부하 직원으로부터 진급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건네받아 개인 사업자금 및 유흥비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처럼 군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은 데 대해 군 일각에선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방회관 수익금 횡령 사건과 관련해 적발된 9명 중 4명이 기소유예로 풀려난 것이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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