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납치사건은 경찰의 검거작전 미숙

  • 입력 2003년 6월 12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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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딸을 납치한 유괴범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아버지가 숨진 사건(본보 6월10일자 A26면 보도)은 당시 경찰의 상황판단 미숙과 늑장대응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경찰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 목포경찰서 김모서장은 3일 오후 11시18분 관사에서 정모양(13·여중 1년) 납치사건을 보고 받고도 즉시 현장에 나가지 않고 1시간 뒤에야 경찰서로 나갔다.

김 서장은 또 경찰서에서 형사들의 현장 배치 등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수사과장은 납치범이 정양의 아버지 정모씨(45·목포시청 공무원)에게 상처를 입히는 등 사건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도 현장에서 8㎞ 떨어진 하당파출소에서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납치범에게 돈을 전달하러 가는 정양의 아버지 차량에 탑승했던 형사 2명은 '정씨와 동행하며 긴급상황에 대처하라'는 상부 지시를 무시한 채 차량에서 임의로 내렸다. 이로 인해 정씨가 납치범 쪽으로 차를 몰고가는 것을 막지 못했고, 격투과정에서도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3일 밤 납치범 강모씨(32·구속)가 현금 7000만원을 요구하자 4일 새벽 현금을 갖고 현장에 갔다가 강씨를 붙잡기 위해 격투를 벌이다 흉기에 찔려 5일만인 9일 오전 숨졌다.

목포=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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