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40만원’ 어느 시간강사의 죽음

  • 입력 2003년 6월 1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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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급한 것은 카드대금 정리이고, 월말엔 대출금 이자도 정리해야 한다(중략). 파국을 견디며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날 믿고 격려해 준 가족에게 무책임한 짓을 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인문대 시간강사인 A씨(34)는 자신의 노트북에 이 같은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촉망받는 ‘서울대 박사’였다. 시간강사직을 얻을 때만 해도 그의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기대하던 교수 임용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A씨는 냉혹한 현실의 벽을 느껴야 했다. 1996년 동료 대학강사인 아내(35)와 결혼해 일곱 살배기 딸을 둔 A씨는 2년 전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에 시간강사와 연구원으로 취업했다. 주변에서는 “이제 고생은 끝났다”며 반가워했다.

그러나 A씨가 3학점짜리 한 강좌를 맡으며 받은 강사료는 월 40만원, 연구원 보수까지 합쳐도 수입은 월 200만원 선이었다. 경찰은 “백씨가 어려운 관문을 뚫고 취업했으나 기대만큼의 경제적 반대급부가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한 듯하다”고 말했다.경찰에 따르면 그는 교수 임용에 실패한 몇 개월 전부터 우울증 치료제 ‘세라토닌’을 복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7시30분경 서울대 인근 야산의 소나무에 비닐끈으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동료강사 이모씨(33)에게 발견됐다. A씨는 발견되기 3일 전부터 집을 나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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