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내신제 해야” 박승 韓銀총재 발언 구설수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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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정책과는 무관한 ‘대학입시 내신제’를 주장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박 총재는 29일 대한상의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학생들의 잠재력은 비슷한데 주거 지역에 따라 계발이 되고 안 되고 차이가 난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그는 “서울에 살면 혜택을 받아 좋은 학교를 다닐 수 있지만 도서(島嶼) 학생은 고향을 잘못 타고나는 바람에 그렇지 못하다”며 “이들(도서 학생)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강남과 경남 거제도 학생은 유전적으로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며 “강남학생은 좋은 여건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고 거제도 학생은 ‘아버지가 일할 때 배 젓는 것을 돕는 바람에 낮은 점수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학교 1등이나 저 학교 1등이 모두 비슷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내신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인사들은 “금융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박 총재의 ‘내신제’ 주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작년 9월 “강북지역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재개발해 고밀도 고급 아파트를 짓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하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가 정부로부터 “지나치게 이상적인 아이디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박 총재는 이날 “재산은 자식에게 물려주지 말고 당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일수록 바람직한 곳에 쓰고, 자산도 이제는 부동산 중심에서 금융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박용성(朴容晟)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동의할 수 없다”는 반박을 받았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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