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경찰, 공주 국보 무사히 찾기까지…애국심 호소도

  • 입력 2003년 5월 27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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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가 온전하게 돌아왔다!”

26일 오전 7시 반경 충남 공주시 웅진동 공주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손명조(孫明助) 공주박물관장이 경찰이 되찾아온 국보 제247호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公州儀堂金銅菩薩立像)에 대해 진품 판정을 내리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충남지방경찰청은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국보를 탈없이 되찾아야 한다”는 또다른 미션을 내렸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 때문에 용의자를 상대로 ‘위안…위협…설득…호소’ 등 다양한 회유책을 구사했다.

경찰은 우선 장물보관 혐의로 검거한 임모씨(31) 등이 진범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훔친) 진범은 따로 있으니 국보의 소재만 알려 달라”며 안심시켰다.

임씨가 국보를 공범 박모씨(37)가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자 “만일 국보가 훼손된다면 법정 최고형을 각오하라”고 겁을 주는 양면작전도 구사했다. 반면 “국보를 되찾게 해준다면 최대한 감형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담당 검사도 임씨를 찾아와 “협조한다면 감형을 받게 돕겠다”며 구슬렀다. 경찰은 문화재 수사 전문가인 문화재청 문화유산국의 문화재사범단속담당인 강신태(姜信泰)씨도 동원했다. 강씨는 붙잡힌 범인에게 금동보살입상의 문화재적 가치와 국보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이 해외로 밀반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공범을 설득해줄 것을 ‘설득’했다. 박청규(朴淸圭) 공주경찰서장은 임씨를 서장실로 불러 “우리 모두 대한민국 사람 아니냐”며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임씨가 마침내 마음을 돌려먹은 것은 25일 오후 4시경. 그는 공범 박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국보를 훼손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특정 장소에 국보를 가져다 놓은 뒤 연락을 달라’고 연락했다. 박씨는 그로부터 3시간 뒤 ‘그러겠다’는, 7시간여 뒤에는 ‘용인의 명지대 인근 S우유대리점 출입문 앞 화분 속에 불상을 넣어놨다’는 내용의 답변을 각각 보내왔다. 경찰은 26일 오전 1시 20분경 화분 속에서 수건에 고이 쌓인 불상을 찾아냈다. 돌아온 금동보살입상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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