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교내 가로등에 감전死

  • 입력 2003년 5월 18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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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안에서 초등학생이 누전된 교내 가로등에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교측은 이 가로등이 누전된다는 사실을 일고 있었으나 고무판을 설치하는 임시조치만 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낮 12시 반경 서울 관악구 봉천동 C초등학교에서 채모군(9·3학년)은 친형(12)과 함께 운동장으로 내려가기 위해 공터와 운동장을 잇는 화단의 울타리를 넘다 옆에 설치된 가로등에 닿는 바람에 감전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보건교사 조모씨(31·여)는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가로등과 울타리 사이 공간에 끼어있던 채군을 가까스로 끌어내 응급조치를 하고 동료교사의 차를 이용, 인근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이 멎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가로등의 전압이 209V로 확인된 점으로 미뤄 채군이 가로등에 손을 대는 바람에 감전으로 인한 쇼크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문제의 가로등은 1985년 설치돼 안전기 함이 부식됐으며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음에도 학교측이 전기를 끊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은 지난달 노후화돼 사용하지 않던 교내 가로등에 전류가 흘러 감전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40cm높이의 고무판 보호대에 '만지지 마세요'라고 가로등에 써붙놓는 임시조치만 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학교 안전담당자와 전기안전공사 등을 상대로 과실여부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기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채군의 부검을 의뢰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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