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원관리소 '노점상과의 전쟁 '

  • 입력 2003년 5월 16일 15시 32분


코멘트
"월드컵 공원을 사수하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공원관리소에 내려진 특명이다.

주말이면 15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월드컵 공원은 최근 '노점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황금 시장(?)에 어떻게든지 진입하려는 노점상인들과, 국제 행사가 빈번히 열리는 월드컵공원만은 노점의 무공해 지역으로 보전하겠다는 공원 관리사무소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지난해 5월 1일 개장 이후 공원 안의 노점행위는 철저히 봉쇄됐다. 그러나 단속이 소홀해진 틈을 타 3월 30일 공원 앞 인도에 포장마차 2곳이 처음 등장했다.

관리사무소측은 이들에게 자진 철거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다른 노점상들까지 가세해 호시탐탐 공원 내 진입을 시도했다.

급기야 4월 5일 150여명의 상인들이 몰려와 노점상의 허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6개월 동안 공원 앞 인도는 노점상인들의 집회 장소로 신고된 상태.

수차례에 걸친 노점상들의 시위 과정에서 공원의 공익근무요원들이 폭행당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끊이지 않았다. 이 사이 노점상은 월드컵 경기장 주변까지 합해 모두 10여 곳으로 부쩍 늘어났다.

결국 관리사무소는 마포구와 함께 5월 2일 합동 단속에 들어가 포장마차를 강제 철거하고 인도 위에서 노점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지름 1.5m 크기의 대형 화분 30여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이에 질세라, 곧바로 지게차를 이용해 대형 화분을 옮기고 다시 영업에 나서는등 밀고밀리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지금은 공원 앞 인도엔 포장마차 2곳이 나란히 영업을 하고 있고, 시는 포장마차 주변에 대형화분을 설치해 고사(枯死) 작전을 펼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7월 시작되는 청계천 복원공사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청계천로 주변 1500여개의 노점들이 월드컵 공원으로 몰려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오순환 과장은 "환경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매점 등 수익시설을 최소화한 마당에 노점상들의 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관리사무소의 단속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노점상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노점상연합회 신석호 조직차장은 "관리사무소측이 용역업체를 동원해 과잉 단속을 벌이는 바람에 사태가 복잡해졌다"며 "연합회 차원에서도 노점 난립을 막기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1, 2개 노점을 허용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라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