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피해 눈덩이]6일간 운송차질 4억5000만달러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31분


코멘트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적인 물류대란이 빚어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조업에 차질이 생겨 울상이고 해운사들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수출업체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수출 및 조업차질 등 피해=14일 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9일 이후 계속되는 파업으로 모두 4억5000만달러의 운송 및 선적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자업계는 수출 물량 운송을 철도로 대체했지만 평상시의 70%가량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9일 파업부터 13일까지의 출하 차질 물량은 삼성전자가 324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 LG전자 220TEU, 대우일렉트로닉스 436TEU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제지업계는 공장 내 창고 부족으로 2, 3일 내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적하지 못하고 쌓아놓은 컨테이너 물량이 부산항 1만851t, 광양항 1만2518t 등이다.

유화업계도 부산항의 화물적체로 하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LG화학 대림산업 등의 수출 차질 물량이 1만9900t에 이르는 것으로 산자부는 집계했다.

자동차업계는 대부분 전용 부두를 이용하고 전용 물류회사가 있어 아직은 수출에 별 영향이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산항을 통해 들여오는 변속기 등 수입부품 조달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부산 감만항을 통해 중국 상하이(上海) 현지공장에 기계부품을 보내고 엔진부품을 공급받는데, 부산항 마비로 창원 및 상하이공장이 함께 조업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사들 물량 확보 비상=화물연대 파업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도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진해운은 14일 화물 수송 마비로 수출화물 선적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 화물을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현지 지점에 지시했다. 한진측은 “이달 12일 출항한 유럽행 한진 헬싱키호는 출항시간을 3시간이나 연장했지만 적재정량인 컨테이너 500개 중 60개를 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진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중국 상하이항이나 대만 가오슝(高雄)항 등으로 기항지를 조정하고 환적기지도 부산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상선도 싣지 못한 수출용 화물을 메우기 위해 중국 홍콩 등에 있는 해외법인과 지점 영업망을 총동원하고 있다. 또 수입화물의 원활한 하역을 위해 하역 항만을 부산항에서 광양항으로 바꾸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해운사들은 특히 부산항의 마비로 미국 롱비치와 LA항을 통한 대미(對美) 컨테이너수송이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산항은 대미 컨테이너화물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업체들의 자금경색=수출업체는 보통 △무역금융 등을 받아 수출품을 만들어 선적하고 △선하증권을 은행에 제출해 △수출대금을 받아 무역금융을 갚는다. 하지만 파업으로 원자재 도입이 지연돼 수출품 제작을 할 수 없고 만들어 놓은 물건을 선적하지 못하면서 자금이 돌지 못하고 있다.

산자부는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의 협조를 통해 수출업체의 무역금융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