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화물연대 파업 적극 개입”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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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에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적극 나서기로 해 사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14일 단병호(段炳浩)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신승철(辛承鐵)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지원팀을 꾸려 운송하역노조의 투쟁과 대정부 교섭을 지원하고 전국의 민주노총 조직을 동원해 화물연대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위원장은 “정부가 진전된 협상안을 내놓으면 지도부가 책임지고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경찰력이 투입되면 정부와 전면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가 주력인 운송하역노조의 상급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화물연대 사태와 관련, 두 차례 성명을 내놓은 것 외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올 임금 및 단체협상은 산하 연맹에서 전권을 행사하되 분규가 길어지고 공권력 투입 등의 사태가 빚어지면 민주노총이 대정부 투쟁을 벌인다는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민주노총이 한걸음 뒤로 빠져 있었던 것은 ‘친(親) 노동자 성향’을 보이는 현 정부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자신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앞으로 정부를 상대로 해결해야 할 굵직한 현안이 남아있어 이를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것. 따라서 민주노총이 나서더라도 강경 투쟁보다는 대정부 협상주체인 운송하역노조의 배후에서 ‘지침’을 주는 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현 사태에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했고 화물연대 지도부의 경험도 적어 현장 지도력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며 민주노총의 개입을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경우 10일 지도부의 파업 유보 방침에 조합원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지부장이 사퇴하는 진통을 겪었으며 13일에도 일부 조합원들이 취재기자를 폭행하는 등 지도력 부재(不在)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권 장관은 “분규 해결을 위해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며 “강력한 노조를 겁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선수’들끼리 만나 꼬인 사태를 풀어보자는 게 장관의 생각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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