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5개대 학생처장 한총련문제 조속해결 촉구 성명서 발표

  • 입력 2003년 5월 14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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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대법원이 "제10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여전히 이적 단체"라고 판결하면서 한총련 관련자 수배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국대, 고려대, 경희대, 연세대, 한양대등 서울지역 5개 대학교 학생처장이 스승의 날을 앞둔 14일 수배생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청와대로 보내기로 해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단, 또는 단과대학 학생회장에 선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수배자가 되어 감옥아닌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어느 시대에나 사회적 저항세력은 젊은이의 몫이었으며, 그 저항의 원동력을 사회적 관용의 틀로 승화시킬때 사회가 올바르게 발전하였다" 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무현 참여정부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국민적 화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정부라고 생각한다"며 "수배학생들이 정상적 학창생할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건의문 작성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백태승 학생처장은 "평소 수배학생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이 문제를 학생들과 학부모에게만 맡겨둘수 없다고 판단, 뜻을 같이하는 대학 학생처장들과 함께 건의문을 내게됐다" 고 밝혔다.

백처장은 한총련문제가 이번 건의문에 참여한 5개교 이외에 전국학생처장단 차원에서 논의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한총련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처장단(가칭)'을 발족, 대정부 건의활동을 하는 한편 이적요소가 있는 한총련의 강령과 규약을 개선하여 합법적 단체로 거듭날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학생처장단 회장교인 단국대 오교한 학생처장은 다음주에 있을 '서울시내 학생처장단' 15개교 모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뒤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허희재 동아닷컴기자 selly@donga.com

▲5개대 학생처장 건의문 전문▲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항상 이 때가 되면 우리 교수들은 항상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진실로 우리는 학생을 위해서 무엇을 하였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됩니다.

대학은 젊음의 열정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젊은이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 대학에는 177명의 한총련 관련 수배자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이라는 세월을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학교 교정에서 맴돌며 숙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여러 대학에서 총학생회장단 혹은 단과대학 학생회장에 선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수배자가 되었습니다. 한국대학생총연합회가 결성된 지 10여년 동안 무려 1,500여명의 수배자와 787명의 구속자가 양산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여서는 아니될 '이적단체'의 구성원으로 낙인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으로서 자신의 꿈과 뜻을 마음껏 펼칠 젊은 나이에 대학 교정을 감옥 아닌 감옥처럼 연금상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국가적으로 아까운 인력들이 대학 안에 갇혀 있으며 이는 분명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규칙한 생활과 긴장된 수배생활로 수배자 학생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을 많이 해치고 있습니다. 또한 수배자 학생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곧 수배자 가족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배자라고 하면 범죄시하는 풍토에서 가족들이 겪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학생들이 수배자로 낙인찍혀 유학이나 취업 등에 불이익을 받는 현실을 지켜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느낍니다.

학생처장들은 평소 수배자 학생들이 학교 교정에서 새우잠을 자며 지내는 모습을 늘 안타깝게 생각해 왔습니다. 또한 연세대학교 앞거리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부모님들의 애절한 호소를 지켜보았습니다. 이제 학생지도를 최 일선에 맡고 있고 수배대상학생들이 많은 서울소재 5개 대학 학생처장은 이들을 수수방관 먼발치에서 그냥 지켜만 볼 수 없다는 교육자적 양심을 뒤늦게 깨달으며 수배자 학생들의 고통을 학생들의 손에만 맡겨 둘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였습니다.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11기 한총련은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널리 표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께서 한총련 수배학생과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금실 법무부 장관 그리고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께서도 한총련 합법화와 수배자 문제에 대하여 전향적 검토를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처장들은 정부의 한총련 문제에 대한 정치적 차원의 결단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직 이렇다할 방침이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에나 사회적 저항세력은 젊은이의 몫이었으며, 그 저항의 원동력을 사회적 관용의 틀로 승화시킬 때 사회가 올바르게 발전하였습니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국민적 화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정부라고 판단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정부 관계자 여러분.

우리 5개 대학 학생처장은 학생을 사랑하는 교육자로서 정부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우리는 수배자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포용과 관용 조치를 기대하고 촉구합니다. 한총련 관련 수배자 학생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주시고 남은 학기 동안 정상적인 학창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2003년 5월 15일 스승의 날에

건국대 학생처장 성태용 교수

고려대 학생처장 안호용 교수

경희대 학생처장 최상진 교수

연세대 학생처장 백태승 교수

한양대 학생처장 남윤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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