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점검 김포-파주 신도시]<中>교통대책이 없다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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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출퇴근하느라 하루에 두 번씩 ‘난리’를 겪습니다. 교통대책이 먼저 해결되지 않은 채 신도시가 들어선다면 집단시위라도 벌여 막을 생각입니다.”

‘김포·파주 신도시’가 발표된 뒤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신도시개발에 따른 기대감보다는 예상되는 ‘교통대란’에 대한 우려가 훨씬 많았다.

동아일보 경제부 부동산팀은 12일 오전 승용차로 서울 도심에서 김포와 파주 신도시 예정 부지까지 각각 ‘답사’했다. 답사 결과 김포시와 파주시에서 빠져나오는 곳곳에 병목현상으로 심각한 정체 현상이 빚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김포 신도시는 김포공항에서 48번 국도를 타고 들어오려는 차량과 외곽순환도로에서 합류하는 김포IC에서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파주의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빴다. 자유로 이산포IC 등 파주에서 나와 서울을 잇는 도로 곳곳에서 정체가 나타난 것.

김포·파주 신도시와 관련한 정부의 교통대책으로는 이 같은 교통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심지어 “지금 정부 계획대로 2008년부터 두 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된다면 ‘교통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며 상당 부분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포, 병목현상 가중될 듯=김포 신도시에는 서울 지하철 9호선(송파구 방이동∼김포공항)의 개화 차량기지와 김포시 양촌면을 연결하는 전철이 들어선다. 또 올림픽대로∼양촌과 외발산∼양촌을 잇는 6차로 도로가 각각 신설된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김포시의 교통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2002년 말 현재 김포시의 인구는 19만7000여명. 이 같은 인구가 시 외곽으로 빠져나갈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시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갈 도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시가 들어서면 21만명의 인구가 급증하므로 병목현상의 가중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수철(金秀哲) 교통개발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실장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김포와 외부지역을 잇는 도로가 최소한 2개 정도는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 도로 이외에는 외부로 나갈 교통수단이 없다는 점도 김포시의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2002년 현재 48번국도 김포∼서울 구간의 하루 교통량은 평균 7만3871대.

이 가운데 승용차 및 소형버스가 5만6461대로 76%에 이른다. 대중교통인 중대형 버스는 2729대에 그친다.

따라서 대중교통수단을 늘리고 입주민이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주, ‘교통지옥’ 올 수도=파주 신도시에는 △제2자유로 △서울∼문산 △김포∼관산 등 7개 노선 총 41.3㎞가 신설된다. 또 경의선 복선전철화와 함께 경전철(경의선 운정역∼출판문화단지)도 민자로 건설된다.

정부는 계획대로라면 자유로의 도로용량 대비 교통량이 0.94에서 0.82로 나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실성 없는 장밋빛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강변북로와 50m 거리를 두고 건설될 예정인 제2자유로의 경우에도 서울로 진입하려면 이미 포화상태인 강변북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교통 체증만 가중시킬 위험이 높다고 본다.

신부용(愼富鏞) 교통환경연구원장은 “파주의 경우 서울 외곽까지 연결하는 도로망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서울을 포함한 종합적인 교통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고양시도 건설교통부의 신도시 계획안이 발표된 직후 “엄청난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며 “신도시 입주에 맞추도록 도로 공사와 경의선 복선화 공사를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업일정도 촉박하다=도로건설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대로 2008년 입주에 맞추기에는 기간이 너무 빠듯하다고 지적한다.

대형 건설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로 연결되는 6차로 도로 36㎞ 정도를 건설하려면 최소 5, 6년이 걸린다”며 “예산 확보나 사유지 통과 구간의 민원해결에 소비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2008년 개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김포에 들어설 지하철 9호선 연장선이나 파주시의 경전철도 사업자 선정과 도로보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2008년 입주에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포=차지완기자 cha@donga.com

파주=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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