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로 에이즈 8년만에 또 2명 감염…동성애 20代 헌혈한 피로 수술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27분


코멘트
국내에서 수혈로 인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8년 만에 다시 발생해 혈액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보건원은 지난해 5월 뇌수술을 하면서 혈액을 공급받은 A양(10대)이 같은 해 12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혈액을 제공한 79명 중 20대 후반의 남성 B씨가 에이즈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동성애를 한 적이 있는 B씨의 혈액은 A양 외에 C씨(70대)와 D씨(90대)에게도 제공됐고 이 중 D씨는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C씨는 검사 결과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혈에 의한 에이즈 감염은 국내의 경우 1995년까지 10건이 있은 뒤 발생하지 않았고 외국에서는 2001년까지 미국 9352명, 영국 347명, 일본 110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건원은 덧붙였다.

▽에이즈 수혈감염 비상=B씨는 고교와 군복무 때, 그리고 지난해 4월 예비군훈련 때 한 번씩 모두 3차례 헌혈을 했다. 지난해의 경우 동성애를 시작한 뒤 헌혈을 한 것으로 헌혈 당시에는 에이즈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대한적십자사는 B씨의 피를 A양 등 3명에게 수혈했고 이 중 2명이 에이즈에 감염됐다. 사망한 D씨도 사실상 감염됐을 것으로 보인다. B씨의 감염 사실은 A양의 뇌수술 후유증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에이즈 감염 사실이 발견돼 역추적한 결과 드러났다.

B씨는 지난해 헌혈 당시 적십자사 직원들이 ‘동성애를 한 적이 있느냐’ 등을 물었으나 부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사 조남선(趙南善) 안전관리부장은 “문진표를 확인한 결과 B씨가 ‘그런(동성애를 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현재 적십자사는 헌혈받은 피에 대해 항원·항체효소면역기법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입한 이 검사는 2, 3주일이 지나야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더구나 B씨처럼 동성애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에이즈 감염 초기인 경우 이 검사법으로는 적발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선 병원에서는 헌혈받은 지 일주일 이내의 신선한 피를 원하고 혈소판은 5일 이내에 수혈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결과를 기다리기 어렵다는 것.

또 현재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헌혈할 경우 나중에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보건원 권준욱(權埈郁) 방역과장은 “에이즈 감염 여부는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검사할 수 있다”며 “감염됐는지 알아보려고 헌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에이즈 바이러스 검사결과를 지금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길 수 있는 핵산증폭검사법(NAT)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예산 128억원을 신청했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복지부는 올해 다시 관련 예산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에이즈 감염요인별 현황 (3월 말 현재, 자료:국립보건원)
합 계성접촉수혈혈액제제수직감염약물주사기타조사중
소계국외 이성국내 이성동성애국내국외
2122(명)161333877749810121722157309
비율(%)97.420.447.030.10.60.71.00.10.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