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남구청장 버려진 아기후원…수술비도보태

  • 입력 2003년 5월 5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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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李埰益·49) 울산 남구청장이 생후 40여일 만에 주택가에 버려진 남자 장애아를 4년째 후원하고 있어 화제다.

사연은 2000년 1월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 남구 삼산동 주택가 골목에 버려져 있던 한 아이를 주민이 발견해 남구청에 인계했다. 당시 얇은 이불에 싸여있던 이 아이는 조금만 늦게 발견됐어도 동사(凍死) 할 뻔한 상황이었다. 남구청은 이 아이를 ‘행려환자’로 분류해 병원에 입원시켰다. 장애아가 심장병 등 5가지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 구청장은 “불쌍한 아이를 두 번 버릴 수 없다”며 후원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 구청장은 자신의 성을 따고 새 천년이 시작되는 해에 만난 점에 착안, ‘이천년(李千年)’으로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어 천년이를 경기 부천시의 심장전문병원에 보내 수술을 받도록 했다. 수술비 1억원은 구청 예산과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의 지원, 그리고 이 구청장과 구청 직원의 성금으로 충당했다.

천년이는 수술 경과가 좋아 같은 해 7월 울산으로 돌아와 남구 무거동 울산양육원에 있다가 지난해 3월 장애아 특수재활시설인 울주군 웅촌면 수연어린이집으로 옮겨져 전문치료를 받고 있다.

이 구청장은 요즘도 틈틈이 천년이를 만나러 간다. 천년이는 이 구청장을 “아빠”라고 부르며 따른다. 부인(47)과 대학 2학년인 외아들(21)도 천연이를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수연어린이집 박동순(朴東順· 여· 41) 이사장은 “천년이는 언어와 발달장애 때문에 또래보다 키가 작고 말도 제대로 못하지만 주위의 사랑 덕분에 밝게 자라고 있다”며 “혼자 2, 3m를 걸을 정도로 신체장애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나도 어린시절 어렵게 자랐던 기억 때문에 장애아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도 천년이의 후원자가 돼 계속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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