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등하굣길 안전 지킴이 정신장애인 신석현씨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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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충남 서산 고북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인 신석현씨가 최근 어린이신문인 ‘여럿이 함께’가 수여하는 ‘밝은 햇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산=박주일기자
8년째 충남 서산 고북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인 신석현씨가 최근 어린이신문인 ‘여럿이 함께’가 수여하는 ‘밝은 햇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산=박주일기자
봄비가 내리는 4월 29일 오후 3시 충남 서산시 고북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경찰관 복장을 한 정신지체장애인 신석현(辛錫炫·38)씨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끝낸 어린이들이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신씨는 ‘경비 삼촌’ ‘우리 삼촌’으로 통한다.

신씨가 학교 앞 삼거리에서 교통지도를 시작한 것은 1996년 3월. 당시 이 부근에서 어린이 2명이 차에 치여 숨진 현장을 보고 너무 슬퍼 엉엉 울었다는 그는 그 뒤 자발적으로 등하교 시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건널목에서 교통지도를 해오고 있다.

이 학교 가기현(賈基鉉) 교감은 “신씨 덕분에 이곳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2남 3녀 중 막내인 신씨는 태어날 때부터 정신박약 증세를 보여 초등학교 입학 후 네 차례나 학교를 옮겨다녔지만 결국 2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그만둬야 했다. 더구나 신씨가 겨우 말문을 트기 시작한 열 살 때 경찰관이었던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어머니 이철순씨(76)가 혼자 5남매를 키워야 했다. 현재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신씨는 정부로부터 생활보조금을 받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신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경 학교에 도착해 등교하는 어린이의 교통지도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업 중에는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현관과 복도를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한 뒤 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교통지도를 계속한다.

그는 “애들이 좋고 학교도 깨끗해지기 때문에 힘든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학교에서 받는 것은 학생들과 함께 먹는 점심 급식이 유일하다.

어머니 이씨는 “똑똑하지 않은 아들이 재미를 붙이고 지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받아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8년째 어린이들을 돌봐온 신씨에게 올해 어린이날(5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신문인 ‘여럿이 함께’가 제정한 제1회 ‘어린이들이 고마운 어른께 드리는 밝은 햇살상’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전국 300여명 초등학교 기자들이 직접 취재해 매달 한 번 발행하는 이 어린이신문은 3월부터 두 달간 전국 초등학생 1만3700여명을 대상으로 신씨를 포함한 후보자 5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 신씨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신씨는 “아이들이 주는 상이라 기분이 더 좋다”며 활짝 웃었다. 시상식은 5월 3일 낮 12시 고북초등학교에서 열린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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