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피살 러시아 마피아 장군 살해한 테러범”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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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산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한 러시아 극동의 마피아 조직 야쿠트파 두목 나우모프 바실리(54)가 지난해 러시아 국경수비대 장성을 살해한 혐의로 그동안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아왔음이 드러났다.

보리스 그리즐로프 러시아 내무장관은 21일 극동지역을 긴급 방문한 자리에서 “바실리씨는 지난해 5월 사할린 국경수비대 책임자인 발레리 가모프 장군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밝혔다. 가모프 장군은 자신의 관사 아파트에서 화염병 공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부인도 중상을 입었다.

극동 일대의 수산물 밀수 조직 중 가장 영향력이 커 현지에서 ‘르이브니이 카롤(생선왕)’로 불리는 바실리씨는 국경수비대의 단속이 심해지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가모프 장군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자 일본으로 탈출했다가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잠입했다.

부산에서 함께 총격을 받은 그보즈드 니콜라이(39)는 바실리씨의 ‘오른팔’로 알려졌다.

바실리씨는 지난해 11월 동해에서 일어난 러시아 트롤망어선인 툴룬호(號)납치 사건에도 관련돼 있다고 러시아 일간 브레먀 노보스테이가 보도했다. 툴룬은 당초 해적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결국 러시아 수산회사들끼리의 분쟁으로 일어난 사건임이 밝혀졌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유주노사할린스크 등을 방문한 그리즐로프 장관은 “지난해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한 극동 마가단 주(州)의 발렌틴 츠베트코프 주지사 살해사건도 극동지역의 수산물 이권을 둘러싼 분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리즐로프 장관은 관영 러시아 방송과의 회견에서 “모든 것은 생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인 총기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영도경찰서는 22일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 데다 피해자들마저 계속 진술을 거부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니콜라이씨는 수술을 받고 회복됐으나 입을 열지 않고 있으며, 바실리씨와 수산물 사업 동업자인 카르고포로브 알렉세이(27)도 묵비권을 행사해 조사를 마치고 귀가시켰다.

경찰은 범인이 출국했을 가능성에 대비해 몽타주를 근거로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의 폐쇄회로 TV화면을 검색하는 한편 러시아 경찰의 협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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