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콜레라 전국 1만5천마리 폐사 불가피

  • 입력 2003년 3월 20일 19시 02분


《경기 김포지역에 국한되었던 돼지콜레라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일 농림부에 따르면 전북 익산과 경남 함안에 이어 경남 최대의 돼지 사육지역인 김해와 충남 보령 당진 아산, 경북 상주에서도 돼지콜레라가 잇따라 발생했다. 농림부는 이날 현재 돼지콜레라로 확인된 축산농가의 돼지 사육 규모는 1만 5000여마리에 이르러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돼지콜레라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돼지콜레라 발생지역인 전북 익산시 왕궁면과 경남 함안군 함안면 축산농가를 직접 돌아봤다.

▽전북 익산시=“돼지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됩니까.”

20일 오전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전북도내 최대의 양돈단지인 익산시 왕궁면 구덕리 삼거리. 10여명의 양돈 농민들이 일손을 놓은 채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구덕리와 온수리 등 반경 3㎞ 안에 있는 3개 마을에서만 모두 14만여마리의 돼지를 기른다.

19일 돼지콜레라에 감염된 돼지 580여마리를 도살해 마을 앞 자신의 밭에 파묻은 송모씨(40)는 이날 인근 군부대 군인들의 지원을 받아 자식 같은 돼지를 도살해 파묻는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라 말을 잇지 못한 채 먼 산만 쳐다보았다.

이 마을의 일부 주민들은 당초 발생지역 500m 안에 있는 돼지 4만여마리가 모두 도살처분 될 것이라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출입을 막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돼지콜레라의 추가 발생을 우려해 전북도와 익산시에서 나온 방역관계자들이 이 일대의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예방백신을 접종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양돈이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이 마을 주민들은 “다행히 돼지콜레라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다 해도 최소 40일 이상은 출하를 하지 못하게 돼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그럴 경우 사료값은 물론이고 이 기간에 태어날 수백마리의 새끼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은 2001년 제2종 가축전염병인 돼지 오제스키병이 발생해 당시 5000여마리가 도축된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콜레라 파동을 맞게 돼 충격이 더욱 컸다.

▽경남 함안군=19일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득성마을에서도 이날 오후 4시반경 콜레라 감염 돼지 800여마리에 대한 도살 및 매몰작업이 시작되자 현장에 나와있던 주민 30여명의 얼굴에는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당초 오전부터 시작하려던 매몰작업은 매몰 돼지에 대한 보상평가가 늦어진데다 오후로 연기됐다.

농민들은 “빚을 내 돼지를 사들였는데 콜레라로 엄청난 손실을 입게 돼 눈앞이 캄캄하다”며 “정부 차원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 김해시에서도 이날 생림면 나전리로 들어가는 길목 3곳에서 출입자와 차량을 통제했으며 축산농가에 대한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벌였다.

▽원인과 추가발생 우려=한편 이번에 콜레라가 발생한 지역은 모두 경기 김포시의 한 농장에서 지난달 씨돼지를 입식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농장은 올 들어 전국에 700여마리의 씨돼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전북과 경남, 충남 외의 지역에서도 돼지콜레라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김포시는 지난해 12월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지역인데도 충분한 조치 없이 씨돼지를 전국에 방출한 것이 콜레라 확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 수출을 겨냥해 ‘돼지콜레라 청정국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돼지콜레라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채 소독에만 의지하는 등 사실상 돼지콜레라에 무방비로 노출돼 온 것도 이번 사태를 야기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당초 규정대로 돼지콜레라 발생 지역 500m 이내의 돼지를 모두 도살처분하려다 이를 최소화하고 백신접종으로 방향을 바꾼 것도 발생지역이 대규모의 집단 양돈단지여서 주민 반발이 거센데다 도살 돼지의 매립지를 구하기 어렵고 환경오염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돼지콜레라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실정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농림부가 갖고 있는 예방백신은 140만마리분에 불과해 전국적으로 콜레라가 확산될 경우 백신 부족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익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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