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 산책/신 평 대구가톨릭대 교수·변호사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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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원에 있는 산수유 나무가 곧 꽃망울을 터뜨리려 한다. 그 연륜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나무다.

경주 문화원은 옛날 경주부의 동헌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구한 말에 경주 동헌을 찍은 사진에 이 나무가 나타난다. 그런데 당시의 모습이 이미 지금처럼 칭칭 휘어져 구부러진 고목이었으니, 여태껏 살아온 햇수가 대단하기만 하다.

산수유 나무에 봄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 내었다. 어렵게 찾아오는 봄날도 이내 아쉽게 가련만, 그래서 ‘봄날은 간다’는 구성진 노래도 있건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정녕 들뜨기만 한다.

새롭게 생명을 태동시키는 봄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움을 넘어서 위대하다.

들판에 나가 봄이 찾아오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라.

하늘을 흘러가는 구름의 빛깔도 봄이 되면서 달라진다. 힘있는 짙음으로 색깔이 변한다. 구름뿐만 아니라 온 자연 전체가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며 생명의 소생과 탄생을 알리는 교향곡을 연주한다.우리가 무구의 순수함으로 자연을 대할 때 우리는 그 속으로 쉽게 빨려 들어가 합일체를 이룰 수 있다.

우리는 원래 자연 속의 한 개체로 예정되어 생명을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조잡한 문명에 순응하고자만 하는 우리의 성급한 욕심과 일상의 나태가 이를 가려 버린다. 우리 앞에 다가온 봄, 이제는 좀 더 주체적인 자세로 마음껏 들여 마셔보자.

그래서 자연의 아들, 딸로 돌아가 건강한 대지 위에 발을 딛고 서자. 생각이 내친 김에 더 욕심을 가져본다. 산들 봄바람이 계곡의 두터운 얼음을 녹여나가는 모습대로 우리도 그렇게 항상 다른 이의 가슴에 반갑고 따뜻한 존재로 다가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신평 대구 가톨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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