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종 서울지검장, “정권때마다 중립강조하며 검찰 장악”

  • 입력 2003년 3월 12일 19시 06분


유창종(柳昌宗·대검 마약부장 발령) 서울지검장은 12일 이임사를 통해 11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관련, 직간접적인 표현을 동원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판했다.

유 검사장은 “정권 교체기마다 집권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공약하면서도 검찰 간부들을 구시대에 물들었다는 명분으로 인적 청산을 한 다음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고 새로운 정치검사를 배태시켜 온 악순환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적 청산과 용퇴를 강요하는 서열 파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켜 왔고 검사들을 신분보장 없는 일반 공무원으로 전락시켰다”며 “검사는 물론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 집권자가 시혜자로서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유 검사장은 이어 “9일 개최된 평검사와 대통령의 공개적 대화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검사들의 갈증을 토해내는 울분과 호소의 장이었다”며 “검사들에게 승진과 보직을 미끼로 비겁한 검사들을 양산해 낸 정치권력도 크게 반성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검사장은 이임식에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검찰 개혁을 시도하는 주체는 검찰을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며 “많은 검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검사장은 정치권의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자기들이 수사의 대상이 되면 표적수사라고 항변하고 상대방이 수사대상이 되면 철저 수사와 특별검사제를 주장하는 정치권의 행태도 크게 개선되고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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