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대가 요구하는 검찰총장인가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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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수 검찰총장 지명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표결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면 임명이 어려워지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첫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여론의 시선이 집중돼 송 지명자가 검찰에 투신한 이후 수사와 행정 그리고 처신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시험대를 통과하는 일이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이고 수월해서도 안 된다.

새 검찰총장이 당면한 과제는 국민의 신뢰회복과 함께 크게 동요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파격적인 서열파괴 인사의 의도를 두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검찰 수사가 번번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타율 개혁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검찰의 독립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새 검찰총장에게 투철한 신념과 함께 윤리 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 이행 정도로 보아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의 사정 정보기능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하는 시대와 작별할 때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검찰 수사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고 하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은 검찰인 스스로의 결연한 의지 없이는 이루어내기 어렵다.

사회의 부패를 도려내는 일을 하는 검찰인은 다른 어떤 직종보다 고도의 윤리의식을 지녀야 한다. 옷로비 사건이나 검찰총장 동생들의 금품 수수 사건 등에서 나타났듯이 민주화 이후 검찰의 권한이 강력해지면서 검찰을 사정하는 기관이 없는 데 따른 경고음이 도처에서 나온다. 수사 비리를 척결하고 검찰인의 윤리의식을 끌어올리는 일도 새 검찰총장에게 부과된 책무이다.

새 검찰총장은 무엇보다도 인권의식이 확고한 사람이어야 한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수사기관에서 고문 수사 같은 국가 범죄가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송 지명자가 과연 이 같은 자격을 갖춰 과오 없이 임기를 채울 수 있는 품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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