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市교육감, 전교조에 '비리 교장 人事' 시인각서 서명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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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본 광주시교육감이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서명한 문건.
김원본 광주시교육감이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서명한 문건.
김원본(金原本) 광주시교육감이 최근 단행된 교장 인사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요구에 따라 인사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에 서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인사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전교조 광주지부 J중학교 분회가 4일 문건의 내용을 광주시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달 25일 초등과 중등교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광주교육과학연구원 연구관인 C씨(61)를 J중학교 교장으로 발령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광주지부 J중학교 분회 교사 11명은 다음날인 26일 광주시교육청을 찾아가 서광수 부교육감과 배의구 교육국장을 만나 “C씨는 3년 전 각종 비리의혹으로 경고를 받은 인물”이라며 발령 철회를 요구했으나 서 부교육감 등은 “한번 단행한 인사는 바꿀 수 없다. 양해해 달라”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 광주지부 송선종 지부장은 지난달 27일 서 부교육감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가 지역 교육계의 쟁점이 될 수 있고, 해당학교 교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시 교육감이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이 같은 취지의 문건에 서명해 달라고 제안했다.

송 지부장은 이어 광주지부 부지부장과 J중학교 분회 교사 등 2명을 서 부교육감에게 보내 전교조 지부에서 작성한 문건을 전달했다.

서 부교육감은 다음날 오전 간부회의석상에서 김 교육감에게 보여준 뒤 교육감이 서명하자 팩시밀리로 전교조 광주지부에 보냈다.

이 문건에는 △교육감은 C씨의 교장 발령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다 △C씨가 J중학교 교직원들에게 교원을 존중하고 비교육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구두와 서명으로 한다 △시 교육청은 C씨를 특별 관리하고 물의를 야기할 때는 즉각 중징계한다 △시 교육감은 이와 유사한 인물이 학교장으로 발령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등 4개 항목이 담겨 있다.

이어 당사자인 C씨도 이 학교의 전교조 분회 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28일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자숙한다’는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해 교사들이 원하는 29개 항목의 문건에 자필 서명했으며 3일 입학식이 끝난 뒤 전 교직원들 앞에서 실천을 약속했다.

김 교육감은 “C씨의 교장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구제 차원에서 인사발령했다”며 “앞으로 연공서열과 점수위주가 아닌, 교사들에게 존경받는 교장을 최우선으로 인사발령해야 한다는 전교조의 뜻에 공감해 문건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C씨는 “새로 취임한 학교에서 신상 문제로 교사들과 마찰이 빚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서명 날인했다”며 “이 문제가 교육계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학교 교장들과 일부 학부모들은 “이는 교육감의 인사권을 침해한 정도를 넘어선 폭거”라면서 “특정 교장 한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전체 교장과 교육감을 길들이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이 문건은 교육청의 공정한 인사와 한때 비리에 연루된 학교장의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작성된 게 아니라 서로 문구에 대해 협의하고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한편 C씨는 광주시의 H중 교장으로 재직하던 2001년 5월 일부 교사에게 폭언을 하고 학교운영위원을 불법 선출해 시 교육청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은 뒤 C중 교장으로 전보조치됐으나 이 학교 교사들의 반발로 그해 9월 교육과학연구원으로 옮겼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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