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도 못믿겠다”…출근길 2호선 전원끊겨 봉천역서 운행중단

  • 입력 2003년 2월 28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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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가 앞 전동차의 전원 고장으로 어두운 지하터널 중간에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 3000여명이 40여분간 공포에 떠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사고 직후 전동차와 사령실의 교신 두절로 지하철 운행 상황이 제대로 제어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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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천역 전동차고장 `배터리방전' 원인

28일 오전 7시59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사당 방면으로 운행하던 2085호 전동차(기관사 이여철·42)가 실내등이 반쯤 나간 채 신림역을 출발했다.

이 전동차는 결국 전원 공급이 끊기고 임시로 쓰이는 축전지도 방전돼 다음 역인 봉천역 구내에서 멈춰서 버렸다. 이때 전동차의 실내등은 꺼지고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지하철공사측은 수동으로 문을 열고 이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켰다. 이로 인해 2호선 이 방면 신당역부터 봉천역까지 운행이 40여분간 전면 중단됐다. 공사측은 사고 내용을 승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다음 열차를 기다려 달라’는 안내 방송만 되풀이해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2085호가 전원공급 중단과 함께 사령실과의 교신까지 끊김에 따라 상황 파악이 안돼 2085호를 뒤따르던 2087호 전동차가 이 사실을 모르고 신림역에서 봉천역 방향으로 출발, 2분 넘게 정상속력으로 달리다가 컴컴한 지하선로 중간에 가까스로 멈춰서 승객들이 40여분간 전동차 안에 갇혔다.

공사측은 이 과정에서 ‘앞차 고장으로 정차하니 잠시 기다려 달라’는 방송만 되풀이했다.

2087호에 탔던 승객들에 따르면 정차 시간이 5분 이상 길어지자 승객 중 일부는 울음을 터뜨리거나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가 났으니 119에 신고해 달라”며 구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 회사원 나미주씨(33·서울 금천구 독산동)는 “처음에는 잠시 정차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며 “같이 타고 있던 사람들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이야기를 하면서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지하철공사측은 멈춰선 2085호 전동차를 후속 열차인 2087호가 밀어 정비창으로 옮겼다.

지하철 공사측은 “전원공급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으나 정확한 사고원인은 기록 테이프를 더 분석해봐야 한다”며 “2085호 맞은편에 운행하던 전동차로부터 이 전동차가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보고를 받고 곧 바로 후속 열차들에 정차를 지시했지만 2087호는 이미 신림역을 출발한 뒤여서 중간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고 직후 승객들은 지하철 역무실로 몰려가 환불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지역 일대는 출근 시간대에 버스와 택시로 갈아타려는 승객들로 큰 교통 혼잡을 빚었다.

이 때문에 서울지하철공사 홈페이지에는 이날 하루 동안 지하철공사를 비난하는 글이 200여개나 올라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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