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1080호기관사 사고직후 잠적때 지하철公 간부 몰래만나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48분


코멘트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현장으로 전동차를 진입, 정차시키는 바람에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1080호 전동차 기관사가 사고 직후 11시간 동안 잠적해 있는 사이 지하철 공사 간부와 두 차례에 걸쳐 은밀히 만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과실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관사는 또 화염에 휩싸인 전동차를 탈출하면서 ‘마스터 키’를 갖고 가는 바람에 객차 안의 승객들이 닫힌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1080호 전동차 안을 확인한 결과 79구의 시신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사망자는 13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어른 키에도 안닿는 비상호출기
- 전동차문 모두 닫혀있었다
- 전동車 설계부터 화재 無방비
- 아내 실종…“그때 입원 시켰으면…”
- “넋이라도 편안히…”희생자 첫 장례식
- 경찰 초동수사 허점 투성이
- 피해자 생활자금 2000만원 대출

▽비밀 접촉=20일 경찰에 따르면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열씨(39)는 승객과 함께 화재현장을 빠져나간 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대구역 부근 다방과 식당에서 대구지하철 공사 간부 A씨를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또 잠적해 있는 동안 지하철 공사 간부들과 수 차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의 직접 당사자인 최씨가 지하철공사 사무실이나 대책본부에 가지 않고 외부에서 지하철 공사 간부를 접촉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사고 대처를 놓고 두 사람이 입을 맞추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최씨와 접촉한 지하철공사 간부를 소환, 외부에서 만난 이유와 대화내용 그리고 휴대전화 통화명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화재현장을 빠져나온 뒤 잠적해 있다가 사고발생 11시간 뒤에야 경찰에 출두했다. 이 때문에 지하철공사와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목격자 진술에만 의존했다. 최씨가 중앙로역에 5분 이상 1080호 전동차를 정차시키고 일부 객차의 문이 열리지 않는 바람에 70여명의 승객이 객차를 빠져나오지 못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사라진 마스터 키=경찰은 최씨가 불길에 휩싸인 전동차를 탈출하면서 기관실에 꽂혀 있던 마스터 키를 빼낸 뒤 이를 갖고 탈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컨트롤 키’ 혹은 ‘마스콘 키’로 불리는 전동차의 마스터 키가 꽂혀 있지 않을 경우 승객들은 수동으로 객차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 경찰은 따라서 최씨가 마스터 키를 빼낸 행위가 인명 피해를 더 크게 초래했는지를 집중 수사중이다. 최씨는 전동차를 탈출하며 “객차의 문을 열었다”고 주장했으나 객차 안에는 질식한 승객의 시신이 발견된 상태다.

▽사법처리=경찰은 21일 중 최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씨는 사고 당일 중앙로역에 화재가 났다는 사령실의 연락을 받고도 중앙로역에 전동차를 진입시키는 등 안전운행 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경찰은 또 사고 당일 종합지령실에서 운전지령 업무를 본 홍모씨(45)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및 업무상 과실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홍씨는 사고 당일 오전 9시53분12초부터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에서 근무하면서 2분 50초가량 모니터상에 뜬 중앙로역 화재 장면을 보지 못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특별취재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