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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19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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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지하도 입구에서 전동차를 타는 지하 3층까지의 역 구내는 연기가 사라진 뒤인데도 계단을 내려갈수록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고가 난 지 12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뜨거운 불기운이 남아 역 구내 전체가 후끈거렸다.
역 구내 벽과 천장은 새까맣게 그을린 채 눌어붙어 있었고, 바닥은 소방차가 쏟아낸 물이 여기저기 고여 발을 내디딜 때마다 ‘철벅철벅’하는 소리가 났다. 군데군데 임시 가설한 희미한 전등이 암흑 속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으나 마치 깊은 탄광의 갱 속과 같았다.
특히 지하 3층의 경우 전동차를 이끌던 천장의 전선이 축 늘어져 엉켜 붙었고 불이 난 전동차는 뼈대만 남은 채 녹아내려 있었다. 안심 및 대곡방향으로 가던 2개 전동차의 객차 12량은 나란히 멈춰 선 채 고철덩어리로 변해있었다.
전동차의 출입문은 참혹했던 사고 순간을 말해주듯 부서지거나 구부러져 있었다. 녹아 내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전동차 안에는 승객들이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와 신발 등 소지품이 불에 탄 채 뒹굴고 있었다.
흉물로 변해버린 전동차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시신들이 뒤엉켜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이인지 어른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뼈만 전동차와 함께 깊은 암흑 속에 녹아있었다.
특히 몇몇 시신들은 전동차 출입문 쪽에 몰려 있어 끔찍했던 사고 순간 이들이 탈출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음을 보여주었다.
소방본부 관계자들은 “전동차 안에 시신들이 몇 구 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얽혀있었다”며 “느닷없이 닥친 사고에 승객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희생자 신원확인 시간 걸릴듯▼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전소한 객차에서 발견된 100여구의 시신은 대부분 심하게 타 신원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윤성(李允聖)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주임교수에 따르면 신원 확인의 첫 단계는 시신의 훼손을 막는 것. 시내 병원의 시신 보관용 냉장고가 모자라면 냉장차에라도 보관해야 한다.다음은 시신의 특징을 기록한 리스트와 실종신고를 받아 작성한 실종자 리스트를 서로 맞춰보는 작업.
시신에 신분을 증명해 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남아 있다면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타다 남은 의류와 소지품, 뼈와 치아의 특징, 수술 흔적 등 육안으로 파악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다.지문이 확보되면 신원 확인이 용이하지만 시신의 훼손이 심한 경우 가족의 요청으로 가족과 시신의 DNA검사를 하기도 한다.
한편 대구지하철공사가 가입한 지방자치단체 배상책임보험의 보상한도가 10억원(성인 1인당 4000만원)에 불과해 사망자 1명이 받는 보험금은 1000만원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상자의 보상한도도 500만원(1인당 1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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